지난 17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으로 병원 내에서 오염된 주사제가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제조 단계에서 주사제가 오염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만큼 이대목동병원의 총체적 관리부실이 낳은 인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6일 질병관리본부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환아에 투여한 지질영양 주사제에서 사망 환아에서 검출된 동일한 유전자 염기서열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에 투여된 주사제에서 나온 세균과 사망한 신생아에서 검출된 세균의 감염원이 동일하다는 의미다.
해당 주사제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환아 16명 중 5명에게 정맥을 통해 투여됐고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주사제와 사망 환아의 혈액에서 나온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동일하나 직접적인 사인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주사제를 통해 신생아에게 투여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대목동병원은 관리부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의료계는 80여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4명의 신생아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세균에 오염된 주사제나 수액이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추측을 제기해왔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정상인의 장내에서도 검출되는 세균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가 노출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도 이대목동병원 간호사들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15일 주말에 신생아에게 투여할 영양수액을 미리 만들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교수는 “병원 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의료진의 실수로 주사제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평소 입원한 환아에게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면 항생제 내성균의 일종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