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호황에 쌓인돈 30조...석유화학 '투자 르네상스' 온다

롯데케미칼, 印尼에 석유화학단지

SK종화, 모빌리티 사업 추진 등

미래 먹거리 중심 대규모 투자 예고

2815A13 석유화학빅4




지난해부터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4대 석유화학 기업의 이익잉여금 규모가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해마다 4조원 이상의 현금이 회사 곳간에 쌓여가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이들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한화케미칼(009830)·SK종합화학 등 국내 4대 석유화학기업들의 올해 3·4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30조6,869억원으로 처음 30조원을 돌파했다. 26조6,731억원이었던 지난해 말보다 4조138억원 증가했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중 배당이나 상여 등으로 유출하지 않고 보유한 금액으로 사내유보금의 핵심이다.


‘빅4’ 중 LG화학의 잉여금 규모가 가장 컸다. LG화학은 올해 3·4분기까지의 이익잉여금이 13조7,13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2,510억원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10조1,142억원으로 1조6,273억원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한화케미칼은 4조3,392억원, SK종합화학은 2조5,198억원으로 집계됐다. SK종합화학은 가장 적었지만 SK종합화학의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이 11조7,387억원의 잉여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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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사내유보금도 36조원을 넘어섰다. 4대 석유화학기업의 총 자본잉여금은 5조6,477억원으로, 사내유보금은 36조3,346억원으로 파악됐다. 이들 4개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동원하면 현대자동차(시가총액 34조4,733억원)를 사고도 남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한 ‘합종연횡’과 비교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투자에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 경영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과잉공급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합병을 추진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생산시설을 효율화하고 고부가 제품으로의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올 초 석유화학 업황이 다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계획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감도 없지 않다”며 “단순히 덩치를 키우기보다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내년 업황이 올해보다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쌓아왔던 현금을 풀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내년부터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허수영 롯데화학BU장 역시 최근 ‘추가 M&A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SK종합화학 역시 포장재 사업 부문과 함께 신성장동력인 오토모티브(자동차 내장재) 분야에서의 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멀지 않아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공장 건설로 당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만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최근 2년간 급격히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엔 선제 투자가 있다”며 “내년에는 공격적으로 M&A 등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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