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위안부 합의, 잘못 바로잡되 국가신뢰 추락은 막아야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TF)’가 5개월 만에 결과물을 내놓았다. 2015년에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것은 물론 밀실 협상으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결과를 도출했으며 공개 내용 외에 이면 합의는 없었다는 주장도 거짓이라는 게 TF의 결론이다. 논란이 됐던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은 원래 일본의 ‘사죄’를 강조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주장했지만 합의 과정에서 일본 측 주장대로 위안부 문제 ‘해결’로 뒤바뀌었다. 한마디로 문제투성이라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일본의 진지하고 통렬한 반성을 끌어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보여준 행보는 이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일본 측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설득, 제3국 기림비, ‘성노예’ 사용 중단을 요구하자 이를 사실상 수용하고 이면 합의로 숨겼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청와대가 국민 반발을 우려해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해달라던 외교부의 요청을 묵살하고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발언을 하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 전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국민 눈높이 합의’가 이런 것들이었나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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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가 잘못됐으면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합의를 파기하거나 수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국가 간 합의를 뒤집은 데 따른 국가 신뢰도 추락을 감수해야 한다. 한일 양국 앞에 놓인 현안을 고려하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위안부 합의에 손을 댔다가는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게 뻔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끌어내고 북핵 공조도 강화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부담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 정부의 입장을 신중히 수립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잘못은 바로잡되 양국관계를 뒤흔들지 않는 정교하고 치밀한 외교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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