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성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육아휴직에 대한 혜택을 늘리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척박한 현실 탓에 아이를 키우기 어려워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예 출산을 꺼리는 풍조가 갈수록 확산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의 저출산대책은 실패로 끝났다며 획기적인 대책을 주문한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육아휴직에 들어갈 경우 현재 통상임금의 40%만 지급하는 급여를 2019년부터 50%로 올려 상한액을 월 120만원으로 조정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9월에 육아휴직 첫 3개월간의 급여를 통상임금의 80%로 높인 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로 혜택을 발표한 것이다. 더욱이 정확한 재원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고용보험기금에서 끌어쓰겠다고 둘러댄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육아휴직 대책만 해도 2019년까지 최소한 1조4,09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사회적 합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쌈짓돈처럼 사용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고용보험기금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번 돈에서 일정액을 떼어내 실업급여를 주고 직업훈련비도 충당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비상금인 셈이다. 더욱이 고용보험기금은 2020년 적자로 전환되는 데 이어 2025년이면 적자폭이 2조6,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일자리 지원이나 실업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고용보험기금을 약방의 감초처럼 동원하고 있다. 정부가 문제만 터지면 국가에서 책임지겠다고 생색을 내며 근로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