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해치유재단 운영비 국고 지원 과정, 규정도 지켜지지 않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지난 8월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100만 시민모금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화해치유재단의 해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지난 8월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100만 시민모금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화해치유재단의 해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이 설립과정에서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단 운영비 국고 지원 과정에서도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재단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현금 수령을 적극 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27일 ‘화해·치유재단’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념사업’에 대한 점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여가부 산하에 설립된 재단이다. 이 재단이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엔(100억원 가량)으로 위안부 피해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면서 당사자 동의 없이 지급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있어왔다. 이에 여가부는 지난 7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설립 과정과 운영 전반을 점검했다.

점검결과에 따르면 2015년 12월 30일 관계부처회의에서 외교부는 소관 부처와 별도 협의 없이 재단 등록 부처를 여가부로 명시한 재단 설립계획(안)을 제시했다. 또 이듬해 1월 6일에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설립을 추진하라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여가부에 전달했다.

당시 외교부는 △재단에 관련 민간단체 참여는 배제하고 중립적이고 건전한 민간 인사를 참여시킬 것 △1월 중 재단 설립을 위한 민관 TF 발족을 완료할 것 등의 대통령 지시사항을 여가부에 구두로 전달했다.

재단은 지난해 7월 28일 출범했으며, 설립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은 없었다. 그러나 여가부가 신청일로부터 평균 20일이 소요되는 법인설립허가를 5일 만에 처리하는 등 재단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정황이 확인됐다. 특히 설립허가를 위해 필수적인 법인사무실의 임대차 계약을 여가부 소속 직원이 대리로 체결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여가부가 2016년 8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예산의 일부를 재단의 인건비, 관리비 등 운영비 명목으로 지원한 과정에서도 관련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등을 수행하는 민간단체에 경비를 보조할 때에는 해당 단체가 관련 사업을 수행한 실적이 있어야 함에도 사업 실적이 없는 재단에 국고를 보조했다. 특히 국고보조 전에 진행해야 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심의위원회’의 심의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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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이 피해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회유·종용이 있었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외교부와 여가부, 재단 관계자들은 생존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지급 동의를 얻기 위해 개별 면담을 개인별로 적게는 1차례에서 많게는 7차례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한일 합의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현금수령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설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안부 피해자를 면담한 녹취록에 따르면 “받을 건 받아야죠. 할머님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해주지도 않아요” 등의 발언이 있었다. 피해자가 노환이나 문맹 등으로 지급 신청서를 작성하기 어려우면 보호자가 대리로 작성하도록 했다.

여가부는 이날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추진 사업’ 지원을 중단한 것에 대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여가부는 2015년까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위탁 운영 사업자로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했으나 2016년부터는 이를 중단했다.

조사 결과 2016년 1월 6일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에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관여하지 말고, 추진과정에서 정부 색을 없애도록 하라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시가 전달돼 사업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이번 점검과 관련 “한일 합의 발표 이후 재단 설립과 운영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고 현금지급 과정에서도 피해자들에게 심적 고통을 드린 것에 대해 사죄한다”면서 “이번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재단 운영방향 등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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