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선대 못지않은 기업인 되고 싶었을뿐…추락한 신뢰 어찌 회복할지 막막"

이재용 항소심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이 재판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우리 사회에 제일 빚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부모를 만나 좋은 환경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 기업에서 능력 있고 헌신적인 선후배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렸습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보답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10개월간 구치소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으며, 사회에서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인생 얘기를 들으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혜택받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재판장님, 외람되지만 제가 갖고 있던 인생의 꿈을, 경영인으로서의 꿈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제 능력을 인정받아 이병철, 이건희 회장님같이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산 욕심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삼성을 이어받아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선대에서 이뤄놓은 우리 회사를 오로지 제 실력과 제 노력으로 더 단단하게, 가치 있게 만들어 저 자신이 세계 초일류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 목표였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저한테 달린 일입니다. 제가 못하면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도와준다고 제가 성공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제가 왜 대통령께 청탁을 하겠습니까. 재판장님 꼭 이것만은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경영혁신과 신성장동력을 통해 우리 회사로부터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로서의 이재용이 아니라 선대 못지않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기업인 이재용이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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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회장 타이틀이나 지분 같은 건 의미 없고, 신경 쓸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버지같이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입니다. 다른 기업같이 후계자 다툼을 할 일도 없습니다. 이건 회장님 와병 전이나 후나 같습니다. 그리고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자신도 있었습니다. 이런 제가 왜 승계를 위해 청탁을 하겠습니까. 이건 인정할 수 없습니다.

재판장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다른 누구의 도움을 빌리려고 하지 않았고 빌리지도 않았습니다. 최후진술을 쓰며 제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실타래가 꼬여 엉망으로 얽혀버렸습니다. 실망하신 국민들께 아직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정말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바닥까지 떨어져버린 저 이재용, 기업인으로서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앞이 막막합니다. 엉망으로 꼬여버린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도 막막합니다. 실타래가 풀릴 수 있는 것인가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룰 정도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대통령과 저의 독대에서 시작했습니다. 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오라니까 간 것이지만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 법적 책임은 모두 제가 지겠습니다.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저와 재판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입니다. 재판장님께서 벌이 필요하시면 모든 벌은 제게 주십시오. 제가 벌을 받아야 얽힌 실타래가 풀릴 것 같습니다. 이 사람들은 회사 일을 열심히 한 것뿐입니다.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에게는 최대한 선처를 부탁합니다. 두 분은 제발 풀어주시고 그 벌을 저에게 다 엎어주십시오. 다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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