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대통령 위안부 합의 재협상 시사] 韓日 외교갈등 불가피… 美, 북핵공조 위해 중재 나설 수도

정부 1월10일前 최종입장 발표...한일관계 중대 분수령

文 ‘셔틀외교’ 공들이지만 아베 평창 올림픽 참석 불투명

“양국, 중립적 제3의 국가 통해 타협점 모색할 것” 관측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촉장 수여식을 위해 입장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절차적·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재협상을 시사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촉장 수여식을 위해 입장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절차적·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재협상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한일위안부관련입장한일위안부관련입장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하루 만에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향후 정부의 최종입장이 어떻게 나올지, 이에 따를 파장은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일본에 재협상을 제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일본은 ‘1㎜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일관계 급랭이 예상된다.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가 필요한 미국이 중재에 나설 수 있으며 한중 간의 ‘10·31 사드 봉인’과 같이 문제가 잘 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늦어도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이전에는 최종입장을 발표할 계획이어서 연초부터 한일관계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장 유력한 것은 일본에 재협상을 제의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28일 입장문을 보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 “(피해자 의견, 국민적 공감대가 없었으므로)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 아래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밝혀 사실상 재협상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본이 재협상 제의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베 신조 총리가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위에 말했으며 한국 정부의 위안부 관련 추가 조치 요구에 무대응 전략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임성남 외교부 1차관에게 “(위안부) 합의 유지 이외에 정책적인 선택지는 없다”는 내용의 일본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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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미국이 중재 역할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원하는 미국이 물밑에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일이 테이블에 다시 앉는다면 구체적으로 한중 간 사드 문제를 봉인한 10·31 합의와 같은 한일 간 추가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본은 공식 석상에서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언급하지 않고 한국은 더 이상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식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의 중재가 성공할 때까지 시간이 걸려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구상이 멈추고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아베 총리가 참석하는 방안, 문 대통령의 연초 방일 등의 구상에는 차질이 예상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가 전면 파기나 무효를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안부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닌 공동선언 형식의 신사협정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TF 또한 위안부 합의의 법적 성격을 “조약이 아닌 정치적 합의”라고 봤다. 위안부 합의를 단순 공동선언으로 볼 경우 우리 정부가 ‘국민의 절대다수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위안부 합의는 없던 것으로 한다’고 통보하면 합의는 파기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합의 폐기 수순으로 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위안부 할머니 의견과 국민 여론 등을 듣는 절차가 너무나 중요해서 현재 입장을 단언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일관계 역시 돌이킬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법상으로도 신사협정 위반 시 ‘당사국은 위반국에 대해 국제법이 허용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처럼 일본이 우리 정부에 보복을 한다 해도 우리는 항의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일이 국제 중재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교환한 분쟁해결각서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이 각서는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안 될 경우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조정에 의하여 해결을 도모한다”고 규정했다. 이때 한일 양국은 서로 합의된 중립적인 제3의 국가에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청해야 한다. /이태규·박효정·박홍용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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