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물범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백령도다. 인천에서 뱃길로 네 시간 넘게 걸리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 그곳에 점박이물범이 주민들과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겨울에는 백령도를 떠나 저 멀리 중국 발해만으로 이동해 출산을 하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백령도를 찾는다.
2017년도에 점박이물범이 백령도를 처음 찾은 날은 지난3월6일이었다. 10월까지 평균 50여마리가 백령도 앞바다에서 확인됐다. 점차 그 수가 줄더니 12월23일까지 머물렀던 마지막 다섯 마리도 백령도를 떠났다. 이렇게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있는 것은 해양수산부가 점박이물범의 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새롭게 설치한 CCTV 덕분이다. 이전에는 3월에서 11월까지만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점박이물범은 매년 백령도에 반복해서 올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물범의 왼쪽 뺨의 점무늬를 활용한다. 얼굴의 점무늬가 제각각 달라 개체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2017년 해양생태계 서식처 기능 개선·복원사업’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다시 백령도를 찾은 점박이물범은 18마리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2008년에 촬영된 개체도 있어 백령도가 점박이물범의 서식지로 꾸준히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CTV까지 설치해 점박이물범이 백령도를 찾아오는지 모니터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황해를 무대로 하는 물범 개체군은 지난 세기 초 8,000여마리에서 현재는 1,000마리 이하로 급감했다. 백령도를 찾는 물범도 최근 200~300여마리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과거 독도의 바다사자(강치)처럼 우리 바다에서 영영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보호노력이 절실하다. 해양수산부 보호대상해양생물·천연기념물 제331호·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점박이물범은 국내 보호생물계 트리플 크라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점박이물범이 지니고 있는 보존가치를 충분히 대변해준다.
해양보호종이 사는 곳은 청정해역을 대변하는 바로미터다. 또한 해양생물 보전정책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 없이는 발전할 수 없기에 사람과 해양동물의 건강한 공존을 위한 고민을 멈출 수가 없다. 백령도 연안은 국내 최대 점박이물범 서식지이기도 하지만 지역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쥐노래미를 비롯한 물범의 먹이자원은 곧 수산자원이기도 해 어민들과의 갈등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쉴 곳이 부족한 물범에게는 쉼터를 제공하고 어민들에게는 새로운 어장을 제공할 수 있는 친환경 복합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법하다.
2018년 새해에는 백령도에 점박이물범이 처음으로 도착하는 날이 언제일지, 다시 찾아올 점박이물범은 몇 마리일지 궁금하다. 백령도 앞바다에 점박이물범이 증가하고 지난해 바다의 품으로 돌아간 복돌이를 백령도에서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