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조선업 현장을 뛰어온 권오갑(사진)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퇴임하며 임직원들에게 ‘창조와 혁신’을 앞세운 ‘현대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현대중공업을 떠나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그는 29일 ‘현대중공업 부회장직을 사임하면서’라는 제목으로 후배들에게 현대중공업이 마주한 현실을 담담하게 전했다. 권 부회장은 “1978년 오일쇼크를 극복하고 조선업계 세계 1위에 올랐던 1983년을 떠올려본다”며 “당시 우리는 삼성전자나 LG·현대자동차보다 훨씬 앞선 한국 제1의 회사였지만 지금은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의 안일함으로 인해 뿌리내린 불합리한 결정과 잘못된 관행이 오늘의 위기를 가져왔고 모두가 우리 책임”이라고 말했다.
위기에 대한 절박함도 표현했다. 권 부회장은 “내년만 해도 최근 수년간의 수주부진에 따른 일감부족으로 유례없이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해양·플랜트사업은 생산물량이 없어 현장이 멈출 수 있고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던 엔진 사업마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하루빨리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분발을 당부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2016년과 2017년 2년치 임금협상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지난해 5월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한 지 1년 7개월여 만이다.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지급 △임단협 타결 격려금 연 100%+150만원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 노사는 성과금은 산출기준에 따라 지급하고 상여금 지급 기준도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현재 짝수달에 100%(12월 200%), 설·추석에 각각 50% 지급하는 상여금(총 800%) 중 300%는 매월 25%씩 지급하고 매 분기 말에 100%, 설·추석에 각각 50%로 지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