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스페인 내전] 파시즘 맞서 스페인 내전에 뛰어든 세계 지식인들

애덤 호크실드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1936년 스페인에서 전쟁이 터지자 소설가 조지 오웰과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포함한 세계 각지의 지식인들이 의용병으로 앞다퉈 뛰어들었다. 지식인 뿐 아니라 노동자와 이민자의 자식까지 전쟁 참여를 주저하지 않았다. 군사훈련은커녕 사냥총조차 잡아본 적이 없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런 이들이 미국에서, 독일에서, 이탈리아에서 이역만리 스페인까지 목숨을 걸고 내쳐 달려온 까닭은 당시 세계 전역으로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던 파시즘을 막기 위함이었다.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말로가 “파시즘이 유럽 전역에 거대한 검은 날개를 펼쳤다”고 일갈했던 것처럼 말이다.

스페인내전은 1936 년 2월의 총선거에서 민주적인 인민전선 내각이 들어서자 이에 반대하는 프랑코 장군이 인솔하는 군부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발발했다. 내전은 처음부터 독일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강력한 무력을 등에 업은 프랑코의 반정부군에 유리했다. 인민전선 정부 군을 도운 것은 소련뿐이었으며 영국과 프랑스 등은 불간섭 정책을 취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 세계 반 파시즘 의용군들의 뜨거운 지원이 있어 내전은 3년을 끌다가 1939년 3월 수도 마드리드가 함락되어 프랑코 반정부군 측의 승리로 끝났다.


원제목이 ‘우리 마음 속의 스페인(Spain in our hearts)’인 이 책에서 미국 저널리스트 애덤 호크실드는 의용병들의 기록물을 통해 당시 처절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헤밍웨이가 강 건너편을 향해 그 큰 주먹을 휘두르며 ‘너희 파시스트 놈들, 아직 승리를 말하기는 일러. 네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말리라!’고 고함을 쳤다”는 부분은 파시즘에 대한 분노를 실감케 한다. 한 참전 용사가 부모에게 전한 서신은 한층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부모님께서 이 편지를 받으실 무렵 저는 유럽에 있을 겁니다. 스페인으로 갑니다. … 너무 흥분되고 화가 나서 … 다른 일은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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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스페인내전 당시의 파시즘은 광기 그 자체였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차치하더라도 영국에서는 오즈왈드 모즐리의 선동이 이어졌으며, 캐나다 총리 윌리엄 라이언 매켄지 킹도 히틀러에 매료됐다.

최근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극단적 국수주의와 인종 차별주의를 볼 때 스페인내전을 단지 지나간 일로 치부해두기 어렵다는 사실만 인정하더라도 이 책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파시즘에 맞서 스페인내전을 향해 달려간 세계 곳곳의 양심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2만7,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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