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식지 않는 가운데 가상화폐 거래소의 예치금 총액이 2조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화폐의 거품이 꺼지거나 보안성이 취약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 등의 피해를 입을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는 것이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가상화폐 거래소의 은행 가상계좌 예치금 총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2일 기준 예치금 잔액은 2조67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6년 말 322억원에서 1년 만에 64배나 급증한 것이다. 이번 자료는 국회 정무위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예치금 총액이 숫자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도별로 보면 예치금은 2014년 25억이던 것이 2015년 90억원, 2016년 322억원으로 증가하다 작년 한해 2조670억원으로 급증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1조3,240억원, 시중은행이 7,430억원을 기록했다. 국책은행을 통한 예치금이 시중은행보다 많은 것은 지난해 8월 오픈한 업비트가 기업은행을 통해 고객 유치를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고객자산 기준으로 업비트가 후발 주자지만 영업력 확대로 국내 1위인 빗썸을 넘어섰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빗썸(농협·신한)과 코인원(농협), 코빗(신한) 등이다.
거래소 예치금은 가상화폐를 거래하거나 거래를 위해 넣어둔 돈으로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예치금 등을 빼내 가면 투자자들의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의원은 “가상화폐 투기 과열로 자금이 대거 쏠리면서 거래소에 문제가 생길 시 자산을 손실할 위험이 커졌다”며 “국회와 금융당국에서는 거래소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투기 열풍을 가라앉힐 방법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들은 고객자산을 해킹이 불가능한 오프라인 저장소인 ‘콜드스토리지’에 70~80% 정도를 따로 저장해 놓는다고 하지만 20~30%는 탈취 위험이 있는 것이다. 최근 해킹 피해로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유빗도 고객자산의 17%를 도난당했다.
한편 예치금 대비 하루 거래량을 감안하면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투자자가 아닌 거래소만 배불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국내 가상화폐 거래량은 8조원가량으로 거래소가 매수자와 매도자에게 받는 거래 수수료는 각각 0.1% 안팎으로 증권사 주식매매 수수료의 10배가 넘는다. 국내 거래소의 한 달 수수료를 추산하면 4,800억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전체 예치금의 4분의1가량이 수수료로 빠져나가 고객들이 매매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조권형·이주원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