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는 2일 “보유세를 올리면 그만큼 거래세도 낮출 것”이라며 “사실상 지방세인 종부세를 올리면 지방 재원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취득·등록세를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조정했을 때 지자체 입장에서 총수입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래세에 대한 형평을 강조했다.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를 찾은 김 경제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보유세와 거래세의 형평,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형평, 부동산 가격 문제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유세를 비롯한 세목은 국민 생활에 직접 관련이 있으므로 재정 당국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재정개혁특위에서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91%에 못 미친다. 영국(3.11%)과 프랑스(2.65%), 미국(2.48%)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취득세는 거꾸로 우리가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 취득세율은 1.1~3.5%, 토지와 상업용 빌딩 등은 4.6%다. 반면 미국은 1%고 캐나다는 1.3%, 영국 2%, 독일 3.5%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낮고 취득세 같은 거래세가 높은 구조다. 보유세를 높이면 거래세를 낮춰야 형평에 맞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다만 정부는 양도소득세 인하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세는 발생 소득에 매기는 것이어서 취득·등록세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8·2대책’ 때 양도세는 중과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다시 세율을 낮추면 정책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 외에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과 과세표준 구간 신설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보유세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에서 100%까지 올리는 방안과 3주택자 이상에 대한 누진과세 적용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시가격 대폭 인상은 재산세를 포함해 모든 주택소유자들에 대한 증세로 이어질 수 있고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받는 기준이 올라가는 결과를 낳아 상대적으로 선택 가능성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부자증세’에 대한 전선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017년도 연말정산에서 총급여 1억2,000만원 이상자에 대한 카드공제가 100만원 축소됐다. 4월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도 적용된다. 또 임대소득 과세 정상화도 추진되고 있어 전세를 많이 놓는 다주택자도 정부의 과세 타깃에 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세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 계산시 이자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포함해 전반적인 과세방안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김영필·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