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 개봉 13일 만인 2일 누적 관객 950만명을 돌파하면서 금주 내 천만 돌파를 예약했다. 이로써 한국 영화 중 16번째 천만 영화에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첫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불모지였던 블록버스터 판타지 장르로 큰 성공을 거둔 점이 이채롭다. 아울러 완성도 높은 특수효과(VFX·Visual FX)를 선보여 머지않아 우리 기술력으로도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공상과학영화(SF)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신과 함께’는 2일 오전 현재 951만 명 가량을 동원했다.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한 이 작품은 성탄절 연휴 기간 동안 일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하면서 일찌감치 천만 영화 탄생을 예고하며 연일 흥행 신기록을 쏟아 냈다. 이 때문에 역대 최대 관객을 동원한 ‘명량’(1,761만 5,152명)의 기록을 깰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강철비’ ‘1987’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위대한 쇼맨’ 등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초단기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명량’의 최단기 천만 기록인 12일은 넘어서지 못했지만 이에 못지않다는 평가다.
‘신과 함께’가 이처럼 쉴 새 없이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비결로는 △원작의 힘 △전 세대 아우르는 보편적이고 따듯한 메시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스크린 독과점 등이 꼽힌다.
우선 주호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의 탄탄한 스토리와 대중의 높은 호감도가 커다란 흥행을 이끌어 냈다. 스크린에 옮겨지면서 진기한 변호사 등 캐릭터는 사라졌지만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에 대한 대중의 높은 호감도가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 원작의 팬인 한 관객은 “원작 팬으로서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다르다는 후기를 보고 얼마나 달라졌는지 등이 궁금했는데 영화는 영화대로 재미를 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가족애, 효심, 권선이라는 보편적이고 따뜻한 메시지가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를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영화는 7개의 지옥을 통해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편 주인공 자홍(차태현), 수홍(김동욱) 형제와 어머니를 통해 가족애, 효심 그리고 용서를 이야기한다. 전찬일 평론가는 “가족애와 그리움과 같은 아날로그적 정서를 통해 따뜻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영화적 힘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부모님에게 효도하자’ ‘착하게 살자’ 등의 보편적인 메시지를 쉬운 이야기로 풀어가되 판타지라는 새로운 틀에 담은 것이 인기의 비결인 것 같다”며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판타지 장르에 정서적으로 위로를 해주는 이야기를 담으니 관객들이 감동과 위로를 받으면서도 영화 자체를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과 함께’는 토종 VFX 기술로 블록버스터 판타지 장르를 완성도 높게 만들어내면서 ‘한국형 판타지’의 장르를 개척했다는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앞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 ‘디 워’(2007) 등이 한국형 판타지와 SF를 표방하며 관객과 만났지만 조악하고 서툰 시각효과 탓에 비판을 받았던 10여 전과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지옥 세계와 현몽을 통해 어머니와 만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시각효과가 전체 분량의 90%에 달하는 이 영화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덱스터의 진종현 VFX 총괄 감독은 “지옥 세계를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하는 것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혹한과 혹서 등 고통스러운 공간을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며 “판타지지만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 뜨거운 공간은 용광로, 화산 지대를 떠올리는 식으로 현실을 자연스럽게 입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동시에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현몽 장면에 등장한 모래로 만들어진 어머니의 얼굴은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잡은 콘셉트로 심도있게 연구개발을 한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작품은 시리즈 두 편을 동시에 제작한 이례적 사례로 1편의 흥행에 힘입어 2편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원동연 대표는 “1편을 본 관객들은 수홍 역의 김동욱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2편을 찾을 것이며, 또 지난해 영화계를 휩쓴 마동석이 말썽꾸러기 성주신으로 등장해 커다란 웃음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2편은 올해 8월 개봉예정이다.
한편 수많은 관객의 선택과 찬사에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이 영화 역시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롯데시네마를 비롯해 CGV,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의 압도적인 스크린 몰아주기가 영화의 흥행을 가속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신과 함께’는 개봉 이후 압도적인 예매율과 좌석점유율로 인해 스크린을 늘려나간 경우”라며 “여기에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위대한 쇼맨’ 등 외화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