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75만 개에 달했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구조가 3년여 만에 완전히 해소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실형 위기를 벗어나면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안정화 작업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지주(004990)·롯데지알에스·한국후지필름·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대홍기획 및 롯데아이티테크는 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롯데상사 등 6개 비상장사 투자사업부문을 롯데지주에 통합하기로 하는 합병 및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롯데아이티테크를 제외한 5개 비상장사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한 후 투자회사를 롯데지주와 합병한다. 롯데아이티테크의 경우 작년 11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롯데정보통신을 설립했기 때문에 투자부문만으로 구성돼 있어 별도 분할 없이 롯데지주에 흡수합병된다. 롯데그룹은 2014년 6월 이전까지 순환출자구조가 74만8,963개에 달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신 회장이 ‘지배구조 투명화’를 목표로 2015년 순환출자 해소를 처음 발표한 이후 그해 67개까지 줄였으며 지난해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13개까지 고리가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롯데지주-롯데칠성’, ‘롯데지주-롯데푸드’ 사이의 상호출자를 해소해 11개 구조만 남겨뒀고 이번 흡수합병을 통해 순환·상호출자구조를 모두 해소하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안정화, 자회사 지배력 확대 및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투자기능을 롯데지주로 통합함으로써 투자역량 강화 및 관리 효율화도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순환출자구조가 모두 해소된 만큼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구조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호텔롯데를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충격으로 호텔롯데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연기됐다.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지만, 바닥은 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내 상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어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도 정리해야 한다. 롯데그룹은 우선 지난달 28일 롯데리아, 대홍기획, 롯데상사, 한국후지필름은 보유 중이던 롯데캐피탈과 롯데손해보험 주식을 호텔롯데 및 부산롯데호텔에 지난 28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이번 분할 합병 결의로 롯데지주가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금융계열사는 지주사 출범 이후 2년 안에 정리해야 하므로 아직은 시간이 남아 급한 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으로서는 신 회장이 실형을 면하면서 지주사 체제를 안정시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며 “호텔롯데 상장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