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슬기로운 공존을 기대하며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최근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감옥이란 일반인이 경험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이런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시청률에 한몫하는 듯싶다. 변호사로서 구치소에 접견도 자주 다니지만 서울남부구치소의 교정자문위원으로 10여년 이상 활동해온 관계로 교정정책과 시설에 관심이 많다.

흔히 감옥이나 감방으로 통칭하기도 하지만 구치소와 교도소는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교정시설이다. 구치소는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는 미결수를 수용하고 교도소는 실형이 확정된 기결수를 수용하는 시설이다. 다만 미결수일지라도 관할 법원이나 검찰청 내에 구치소가 없으면 교도소에 수용되기도 하고 기결수라도 취사·이발 등의 인력으로 배정돼 구치소에 수용되기도 한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경우도 드물지만 복역 중에 감형되거나 가석방으로 출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모든 수형자는 언젠가는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수감돼 있다. 이를 위해 교정시설은 인성교육, 취업 및 창업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수형자들의 재사회화를 돕고 있다.

관련기사



최근 지어진 서울남부구치소나 서울동부구치소의 경우 표지판 없이 건물 외관만 보면 수형시설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식으로 건축돼 있다. 지난해 40년간 사용해 오던 성동구치소라는 명칭을 변경하고 문정동으로 이전한 서울동부구치소는 법원·검찰과 연결된 법조타운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구치소와 법원·검찰이 지하로 연결돼 수형자가 장시간 이동이나 교통 체증 없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호송의 안정성도 확보돼 수형자들을 불필요하게 과도한 호송용구로 결박할 필요가 없어 인권 친화적이다. 주변에 대규모 주거시설과 상업단지가 인접해 다시 사회로 나가는 경우에 거리감이 없어 교화의 효율성도 높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구치소를 혐오시설이라고 기피하는 것은 대표적인 님비(NIMBY) 현상이다. 법원·검찰이 들어서면 상권이 활성화되고 집값이 오른다고 좋아하면서도 법조타운의 한 축인 교정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자신의 집 옆에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올 사람들의 교화를 위한 공간을 기꺼이 인정하는 것은 슬기로운 공존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수형된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슬기로운 공존은 지역과 사회 구성원 다수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앞으로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 특히 판결 확정 전에 일시적으로 머무는 구치소의 경우 인권보장, 호송의 안정성, 교정의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법원·검찰과 같은 단지 안에 통합적으로 건축돼야 한다.

이종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