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목적”에서 “향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주주제안”으로 변경 공시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우리은행 지분 5.37%(3,630만주)를 보유하고 있고 우리사주조합장은 최인범 우리은행 노조 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0.42%의 지분으로 주주제안 형식의 사외이사를 추천했던 KB노조에 이어 우리은행도 경영개입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금융권 노조의 경영개입 목소리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B금융이나 신한금융·하나금융 등은 외국인 주주의 지분율이 60~70%인 반면 우리은행은 30%로 낮고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는 점에서 노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곳으로 지목받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18.52%)와 국민연금(9.45%)에 우리사주조합을 합치면 외국인 비중과 맞먹을 정도여서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더구나 KB·신한·하나·NH농협 등 국내 4대 금융 사외이사 28명 중 86%(24명)가 올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이사교체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사외이사는 첫 임기 2년을 채우고 1년 단위로 최대 6년까지 연임해왔는데 정부의 압박으로 일부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융권 노조는 노동이사제에 찬성 견해를 밝힌 국민연금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각각의 사외이사 후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노조가 경영에 개입하는 ‘노치’가 본격화되면서 민간 금융사의 경영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했다가 주총에서 부결됐던 KB노조는 3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안과 정관변경안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어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KB노조는 이번에 복수의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워 관철시키겠다는 복안인데 방식을 약간씩 달리하면서 될 때까지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