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을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살아가는 뉴저지주 패터슨시(市)의 23번 버스 운전기사이자 시를 쓰는 패터슨. 영화 ‘패터슨’은 그의 한주간 일상을 보여주는데 월화수목금토일은 마치 그가 매일 매일 써내려가는 시 같다. 모든 연에 운율(라임)을 맞춘 듯 비슷비슷하지만 독립적이고 또 소소하게 변주되는 일상이 시처럼 잔잔하게 펼쳐진다. 영화는 미국 인디 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쉬가 메가폰을 잡았고, 패터슨 역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남자 배우로 떠오르고 있는 아담 드라이버가, 패터슨의 아내 로라 역은 골쉬프테 파라하니가 연기했다.
패터슨의 일상은 이렇다. 그는 월요일 아침 6시 10분과 15분 사이에 알람 소리가 없어도 일어나 아내에게 ‘굿모닝 키스’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아침 식사를 하고 아내가 챙겨준 점심 도시락을 챙겨서 일터로 향하고 그가 모는 버스에 올라타서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시를 쓴다. 시를 쓰다 보면 인도 출신 직장 동료 도니가 버스 밖에서 자신의 푸념을 늘어놓고, 패터슨은 ‘그렇군’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버스 승객들의 이야기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잠시 엿듣다 빙긋 웃기도 하고 백미러로 그들을 힐끗 쳐다보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아내에게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묻고 아내는 매일 매일 그에게 그가 쓴 시를 출판하자고 말하고, 패터슨은 아내의 말을 그저 흘려 듣는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잉글리쉬 불독 반려견 마빈을 데리고 산책을 갔다가 단골 바에 들러 동네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이 든다.
그리고 패터슨은 월요일에 그랬던 것처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시 10~15분 사이에 일어난다. 다만 ‘굿 모닝 키스’ 대신 아내에게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라는 말을 하는 식으로 그의 아침은 매일 매일 조금씩 다르게 시작하며, 도니 역시 ‘아내가 여행을 가자고 졸라서 죽겠다’, ‘대출금 때문에 죽겠다’는 푸념 등으로 레퍼토리가 변주된다. 버스 승객들이 하는 이야기도 권투 선수, 무정부주의자, 섹시한 여자가 자신에게 ‘작업’을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찼다는 남자들의 허세 섞인 이야기 등으로 달라지며, 매일 들르는 펍에서도 패터슨은 어느 날은 혼자였다가 어느 날은 여자에게 거절당한 남자가 벌이는 총격 해프닝에 말려들기도 한다. 아내가 들려주는 일상도 마찬가지다. 아내에게 어떤 날은 컵케이크가 화제였다가 어느 날은 자신이 만든 커튼이 화제인 것. 금요일까지 이렇게 보낸 그의 주말은 그러나 다르다. 아내는 먼저 일어나서 패터슨을 깨우고, 컵케이크를 내다 팔고는 흐뭇해하며 집에 돌아온다. 둘은 주말답게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영화를 보고 들어온 순간까지 평온했던 패터슨의 일상에 결국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며 영화는 반전을 만들어 낸다.
드라마틱하지 않은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무쉬 감독의 제작의도는 이렇다. “영화는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패터슨은 버스운전사지만 시인이 되는 것을 택했죠. 로라는 계속 새로운 꿈을 꾸고요. 자신의 길을 선택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행복입니다.” 늘 비슷비슷한 일상에서도 우리는 선택을 하고, 꿈이 없는 것같아 보이는 우리는 늘 꿈을 꾼다는 것이다.
한편 알면 보면 이 더 재미있는 영화 외적 이야기도 있다. 이 작품은 짐 자무쉬 감독이 존경하는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가 살았던 패터슨시를 찾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는데, 짐 자무쉬는 패터슨시를 방문하고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패터슨시의 폭포를 보고‘물이 떨어진다’라는 시를 썼고, 영화에서도는 퇴근길에 패터슨이 만난 꼬마가 쓴 시로 삽입됐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주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을 언급하며 애정을 표하기도 한다. ‘개도 연기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반려견 마빈은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악동 같은 존재다. 이 영하의 ‘신 스틸러’인 마빈은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는 개에 수영하는 ‘팜도그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