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 나랏돈으로 공무원 기숙사부터 짓는 나라

472억 혈세 퍼부어 공무원 복지확대만

기숙사 처음부터 서민 등에 나눠줘야

이러다 그리스 꼴 난다 우려 제기도



정부가 빈 등기소를 재건축해 공무원 기숙사를 짓기로 했습니다. 순환보직에 따라 서울에 홀로 부임하는 공무원용이라고 합니다.

위치도 좋습니다. 옛 구로등기소와 잠실 종합운동장역 인근 옛 송파등기소를 부수고 새로 짓습니다. 구로는 지하 3층에 지상 15층 건물로, 송파는 지하 2층에 지상 5층짜리로 다시 태어납니다. 구로에는 공무원 관사 171실, 송파는 기숙사 50실에 오피스텔 44세대가 들어옵니다. 두 건물을 짓는 데만 혈세 472억원을 씁니다.




재건축 후 구로등기소 예상도재건축 후 구로등기소 예상도


나라 주인은 국민…거꾸로 흘러가는 정부

공무원들 기숙사 지어주면 좋지 뭐가 문제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서민 생활이 얼마나 힘든가요.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인구는 987만명으로 지난 7년간 약 42만명이 감소했습니다. 서울의 높은 전월세가에 좋은 일자리는 찾기 힘듭니다. 청년 실업률은 고공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9.2%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기숙사부터 짓는다니 주객이 전도됐습니다. 청년을 위한 기숙사, 서민을 위한 오피스텔을 하나 더 지어도 모자란 판입니다. 그것도 국가 땅에 나랏돈 수백억원을 퍼붓는다는 것이지요.

공무원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공공부문이 비대해져서는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습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공공부문에 81만명을 새로 뽑기로 했습니다. 공무원만 떼고 보죠. 17만4,000명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만 30년간 최소 262조원이 들어갑니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이런데도 공무원 기숙사부터 짓고 봉급을 올린다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러다 나라가 망한다”고요. 나라가 부도난 그리스 꼴이 난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공조직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들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헌신 및 노력과는 별개입니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고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재건축 후 송파등기소 예상도재건축 후 송파등기소 예상도


9급 월급으로 서울살이 어렵다?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서. 정부는 “9급 월급으로 서울살이가 어렵기 때문에 기숙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순환근무 대상 중 9급은 급여가 적다는 것이죠. 지난해 기준 공무원 9급 초봉은 각종 수당을 더해 2,148만원 수준입니다. 적다고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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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정도도 못 버는 국민, 그리고 서울 시민 많습니다. 기초생활수급 같은 정부의 직접 지원을 못 받는 차상위 계층, 그림자 가구도 많습니다. 게다가 공무원은 호봉이 오릅니다. 또 승급도 합니다. 급여가 계속 늘어나죠. 만년 9급 신입으로 사는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혜택이 많이 줄었다지만 공무원 연금도 있습니다.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다면 정년이 보장되는 점도 일반 기업에는 없는 큰 장점입니다.

안타깝습니다. 법원의 폐쇄성은 더 그렇습니다. 등기소가 대법원 관할이기 때문에 자기네 직원들에게 우선권을 먼저 준다는군요. △1순위 법원 △2순위 중앙부처 공무원 △3순위 청년이라고 합니다. 말이 3순위지 3순위까지 내려올 일이 있을가요?

등기소 땅이 대법원 것인가요? 아님 대한민국 소유인가요? 헷갈립니다. 최소한 공무원 기숙사의 상당 부분은 3순위가 아니나 처음부터 집없는 청년들, 월세를 내기 힘든 서민층에게 나눠줬어야 합니다. 이들과 함께 쓰는 기숙사가 됐어야 하지요.

현실은 반대입니다. 대한민국은 공무원, 그것도 힘있는 기관의 나라인가 봅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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