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 최고 지도부가 대피하는 핵 벙커는 작은 도시와 맞먹는 규모로 지하 2㎞ 동굴 속에 있고 무려 100만 명에게 식수 공급이 가능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이 핵 벙커는 베이징의 정부청사 밀집지역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북서쪽으로 20㎞ 떨어진 시산(西山) 국립공원 내에 있는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전투사령부 시설의 일부이다. 이 통합전투사령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두뇌’로 불린다. 중국 전역에 있는 5대 전구(戰區)의 군사 활동을 감독하고 작전 명령을 내리는 최고 지휘부이다.
시산 국립공원의 지하에는 깊이가 2㎞를 넘는 석회암 카르스트 동굴이 있다. 중국 지도부의 핵 벙커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동굴의 깊이는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에 있는 세계 최고 깊이의 지하 2.2㎞ 크루베라 동굴과 맞먹는다.
특히 크루베라 동굴 등 카르스트 동굴의 입구가 대부분 땅 위나 지표면 가까이 있는 것과 달리 이 동굴은 평균 두께가 1㎞에 달하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으로 덮여 있다. 핵 공격에 견디기 위해 최소 100m의 암석층이 있어야 하는 핵 벙커로서는 천혜의 요새다.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의 친다쥔 연구원은 “이 암석은 지구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화강암 등으로 이뤄져 있다”며 “이 동굴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동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벙커는 100만 명 이상의 사람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지하 대수층(帶水層) 인근에 있어 핵전쟁 시 식수 공급의 문제가 전혀 없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방사능 낙진으로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교한 필터로 지하수를 정화하는 장치 등이 벙커에 설치돼 있다. 핵 과학자인 중국 남화대학의 류융 교수는 “중국은 정확히 이 목적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작은 도시와 맞먹는 규모의 이 핵 벙커는 수십 년 전에 지어져 최근까지 시설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냉전 시절인 1950년대부터 중국 전역에 여러 개의 핵 벙커를 건설했다. 미국의 경우 펜실베이니아 주 레이븐 록 산맥 지하에 대규모 벙커를 건설했다. 콜로라도 주 샤이엔 산맥 지하에도 북미항공방어사령부 시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