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국민 3명 중 1명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두려운 질환이기도 하다.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항암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암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환자나 보호자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설명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암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관심이 높은 난치병이자 가장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질환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현재의 의학 수준에서 가장 적절한 치료법에 대한 진료지침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따라서 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다학제적 접근 과정을 믿고 상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암 치료 방법으로는 주축인 수술적 제거,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호르몬치료, 표적치료, 면역치료 등이 있다. 어떤 치료법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전문가들이 암의 종류, 진행상태(병기), 생물학적 특성과 환자의 건강상태, 동반질환, 경제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최근 항암치료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다학제적 접근은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암 치료에서 가장 강조되는 방법이다. 다학제팀은 각 암마다 구성원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수술을 하는 외과 전문의, 항암제를 주로 사용하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방사선치료를 하는 방사선종양 의사가 어떤 치료를 할지, 두세 가지 치료법을 쓴다면 어떤 순서로 할지, 동시에 진행할지 등을 논의하고 환자 상태와 부작용 등을 고려해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접근 방법이다. 그 외 병리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통증의학과·종양전문간호사·사회복지사·영양사 등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함께 참여해 논의한다.
다학제적 결정이 강조되는 것은 암 치료의 전문성·복잡성이 강화되면서 각 분야별 전문가의 논의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암 환자가 고령화되면서 수술·방사선치료·항암화학요법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환자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종양혈액내과 의사인 필자는 항암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으로부터 “항암치료를 꼭 받아야 하느냐”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편안하게 여생을 마무리하면 안 되느냐”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런 생각은 대부분 전제가 잘못된 것 같다. 암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 심리적·신체적으로 편안한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결정은 죽음을 받아들일 심리적 허용 단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 질환 자체를 부정하는 인식에서 막연한 거부감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할 것이다. 신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암이 진행되면 다양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 대부분은 항암치료를 하면서 통증이나 불편함이 줄어든다. 암을 치료하는 의료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약효가 개선되고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도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한다면 암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암을 바로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암 환자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첫걸음일 것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항암제에 대한 암 환자와 일반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항암치료의 날(11월26일)’을 지정하고 지난해 항암치료 바로 알기 행사를 가졌다. 암 치료에 꼭 필요한 항암화학요법·호르몬요법·면역치료요법이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제도 개선과 유익한 정보 제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