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헐값 논란에...産銀, 대우건설 매각가 하한선 정한다

매각 실패시 충격 최소화도 감안

12일 긴급회의후 19일 본입찰, 23일 최종매각 결정

산은, 매각가로 2조원 이상 원해

엘리언 자금력에 본입찰 성사 달려



대우건설 매각이 주가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오는 12일 대우건설 매각 하한선을 정하는 긴급 회의를 개최한다. 산업은행이 매각가 마지노선을 정하는 강경한 카드까지 들고 나온 것은 본입찰을 앞두고 일고 있는 헐값 매각 논란을 달래는 동시에 매각이 실패할 경우 대우건설이 받게 될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7일 산업은행과 투자은행(IB)업계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매각자문단은 오는 12일 대우건설 매각 하한가를 논의한 뒤 이를 토대로 19일 대우건설 본입찰을 진행키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대우건설 매각의 실현 가능성과 주가 상황, 매각 실패 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하락 여파 등을 고려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매각 흥행 부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는 19일 본입찰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23일 최종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

산업은행은 여전히 대우건설 매각을 이번에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회의는 대우건설 매각 하한선을 설정함으로써 본입찰 시 적정가격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기 위한 것이지 본입찰 연기 등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주가는 가격 결정의 한 요소일 뿐이지 미래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불발될 경우 대우건설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사실상 대우건설 매각가격에 양보할 수 없는 선을 결정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본입찰에 참여하게 될 인수후보자는 호반건설과 엘리언인터내셔널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가로는 1조4,0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에 3조원 넘는 돈을 투입한 산은이 적어도 2조원 이상 가격에 매각해야 하는 만큼 가격 측면에서는 호반건설은 매력적이지 않다. 특히 호반이 최근 리솜리조트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대우건설 입찰에서 손 떼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 본입찰 흥행 카드는 또 다른 인수 후보인 엘리언인터내셔널과 중국건축공정총공사 컨소시엄의 자금력과 인수의지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엘리언인터내셔널의 인수의지와 인수 희망 가격에 따라 이번 본입찰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엘리언인터내셔널은 엘리언그룹이 1988년 세운 사막 개발회사로 업력이 30년에 이르는 데다 자회사가 60개에 이를 정도로 중국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꽤 탄탄한 자원개발회사로 통하지만, 국내에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엘리언은 국내에 알려진 바 없고, 중국건축공정총공사도 한국에 프로젝트 지역마다 사무소를 냈다가 바로 철수하기 때문에 실체를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재무적투자자(FI)인 엘리언인터내셔널도 2조원까지는 가격을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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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입찰이 인수가격에 발목을 잡힐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본입찰 이후 가격을 이유로 매각을 잠정 보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6,140원(5일 종가 기준)으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의 50%를 인수할 당시 주가인 1만5,000원의 40% 선이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주가가 5,000원으로 떨어질 경우 매각 예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약 1조3,000억 원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권의 우군도 사라졌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 시장 가격이라면 산은이 비금융자회사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자유한국당은 4일 입장을 바꿔 대우건설 헐값 매각 반대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 뿐 아니라 건설업 전체가 하락하는 추세여서 과거 인수가격을 기준으로 헐값 매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시장을 거스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산업은행으로선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대우건설 노조가 예비입찰에 참가한 인수 후보들에 대해 부정적인 것도 산업은행으로선 부담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중국업체에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국부가 유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우건설이 산은 지배하에서 경쟁력을 잃기보다 대형 건설사에 매각하는 것이 근로자 생존을 위해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본입찰을 마찰음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엘리언이 논란을 불식시킬 만큼의 인수가액을 써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보리·임세원 기자 boris@sedaily.com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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