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코스피·코스닥이 박스권을 넘어서면서 한 ‘한국형 헤지펀드’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데뷔했다. 기존 운용사들이 보수적으로 ‘롱숏’ 전략을 구사한데 반해 메자닌, IPO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일부 펀드는 수익률이 100%를 넘어서는 등 성과를 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중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트리니티자산운용의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제1호 종류A’다. 해당 펀드는 1년 수익률 102.76%을 기록하며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플랫폼파트너스 액티브 메자닌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1호’는 94.68%로 뒤를 이었으며 ‘헤이스팅스볼케이노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종류A’ ‘브레인TF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7호종류C-1’도 86.19%, 67.66%의 높은 수익을 냈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는 그간 롱숏(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사고,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공매도) 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냈다. 초창기 헤지펀드 업계에 대개 주식을 중심으로 고객 자산을 관리하던 펀드 매니저들이 편입되면서 익숙한 방식을 활용한 것. 하지만 주식시장이 장기 박스권에 머물면서 매니저들이 대체투자, IPO, 메자닌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트리니티자산운용은 ‘롱 바이어스(Long biased) ’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롱 바이어스드 전략은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위험도 높다”며 “트리니티는 중소형주를 위주로 레버리지 투자를 하다 보니 지난 해처럼 증시가 상승하던 시기에 더욱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략 뿐 아니라 투자 업종도 주효했다. 해당 펀드는 16년 경력의 중·소형주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희성 본부장이 대표 매니저로 활약했다. 그는 지난 해 자산의 절반을 반도체 등 IT에 집중 투자해 성과를 내고 제약·바이오 등으로 투자처를 다양화 했다. 플랫폼파트너스 자산운용 역시 지난 해 코스피가 고공행진하면서 메자닌 전략으로 성과를 냈다. 메자닌 전략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인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상승장에서는 주식으로 투자하고, 하락장에서는 채권으로 투자한다.
한 가지 방식에 집중하는 전략도 고수익으로 이어졌다. 헤이스팅스자산운용은 IT업종을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에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이벤트 드리븐(증권시장에서 각종 이벤트로 인한 가격 변동 과정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를 포착하는 방식)’ 전략을 활용해 연간 80% 이상의 수익을 냈다. 오승택 헤이스팅스자산운용 대표는 “모든 펀드가 코넥스나 K-OTC에서 향후 IPO가 기대되는 기업에만 투자한다”며 “특히 지난 해에는 IT 업종에 주로 관심을 가져 좋은 성과가 났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펀드가 고수익을 낸 것은 아니다. ‘토러스대체투자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는 연간 -80% 에 가까운 손실을 냈으며 일부 자산운용사는 특정 종목에 집중했다 조정장세에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