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저소득층의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던 교육이 계층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진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자녀의 학력이 부자간 소득계층 대물림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논문은 부자쌍 식별이 가능한 한국노동패널조사(KLIP) 자료 가운데 1차(1998년)·2차(1999년) 조사를 아버지 세대로, 16차(2013년)·17차(2014년) 조사를 자녀 세대로 규정해 표본을 추출했다. 표본을 통해 두 세대 간 교육 정도와 소득, 그리고 소득계층의 관계를 비교했다.
비교 결과 아버지 세대에서는 대졸자가 대졸 미만 학력자보다 소득이 43∼77% 높았지만 자녀 세대는 22∼25% 높은 데 그쳤다. 학력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자녀 세대에서 최대 7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논문은 자녀 세대에서는 학력 상승에 따른 소득 상승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자녀의 학력이 부나 빈곤 대물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소득계층 상위 50%인 아버지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자녀의 학력이 1년 증가하면 부자간 부의 대물림 확률은 5.7∼7.0% 증가했다. 반면 소득계층 하위 50%인 아버지의 표본에서는 자녀의 교육연수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교육이 부의 대물림에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한국의 ‘교육 거품’을 지목했다.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더라도 학교에 따라 나타나는 임금 격차는 커지고 있다.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고소득자 자녀는 같은 4년제라도 질적으로 더 우수한 대학에 입학하게 돼 소득 격차가 커진다는 것이다.
논문은 “소득 격차 심화는 사회가 추구하는 기본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교육받을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소득 이동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공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하위권 부실 대학 퇴출과 같은 교육 거품 현상을 제거할 정책적 노력도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