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적 없는 초자연적 사건 사고들과 함께 쉴 새 없이 진행되는 빠른 전개에도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존재가 하나 있다. 혼자 마실이라도 나온 듯 자연스럽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웰시코기의 평범한 듯 이질적인 모습에 주인공과 시청자들 모두 멈칫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람의 말을 이해라도 하는 듯한 반응을 보여, 마치 강아지의 탈을 쓴 사람처럼 느껴진다. 미스터리했던 각 사건이 회차를 거듭하며 퍼즐처럼 맞춰지는 쾌감과 함께 웰시코기의 비밀도 밝혀지니 궁금하다면 정주행을 추천한다.
복잡한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으로 당신을 사로잡을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는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 2까지 만나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애를 받으며 유명인사가 된 웰시코기는 런던 올림픽 개막식 영상에도 등장했을 만큼 영국의 왕실 견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기치 못하게 왕위에 올라 고군분투하며 왕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치밀하고 담대한 행보를 담고 있는 <더 크라운>. 실제 고증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만큼 시리즈 곳곳에서 이 귀여운 왕실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왕의 엄격한 왕실 규칙이 해당 안 되는 이들이 가지 못할 구역은 없다 보니 실제로 우아함이 넘치는 아름다운 장면에서도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왕위에 오르는 그녀의 ‘운명’을 담았던 시즌 1에 이어 여왕으로서의 행보와 자신의 사적 영역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 극의 묘미를 더하고 있는 더 크라운은 현재 시즌 2까지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당한 뒤에야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남자 주인공 조시의 일상을 그린 시리즈 <플리즈 라이크 미>에는 조시의 두 명의 룸메이트가 등장한다. 여자친구와 헤어진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지만 절대 헤어지지 못하는 룸메이트 톰과 그의 특별한 룸메이트인 강아지 존이 그 주인공. 크고 작은 약점들을 지닌 주인공들이 서로 보듬으며 아울러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존’은 깨알 귀여움을 선보이며 감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실 이 귀여운 푸들은 조시 역할을 맡은 배우의 실제 반려견이라 둘의 연기 합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보통 강아지 배우들은 시리즈가 끝나고 나면 볼 수 없어서 아쉬울 때가 많은데 우리의 배우 존은 주인공 SNS 방문을 통해 언제든 일상을 볼 수 있다는 희소식도 함께 전한다.
이번엔 미래에서 온 공포의 로봇 경비견과 말하는 골든 레트리버를 만나보자. 블랙미러 시즌 4의 ‘메탈헤드’는 전 시즌 중 최초의 흑백화면과 가장 짧은 러닝 타임으로 주목받는 에피소드이다. 언뜻 과학 연구지에 소개될법한 외향으로 등장하는 개(Dog), 어설프게 걷는 모습이 귀여워 보일 수도 있으나 이 들의 목적은 오로지 침입자로 인식되는 모두를 살해하는 것.
페인트를 부어도 한쪽 다리가 망가져도 포기를 모르는 이들은 감정도 없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주인공을 뒤쫓는다. 상세한 설명 없이도 단숨에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메탈헤드와 함께 독특한 공포를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의인화된 동물들이 사람과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관 속 말하는 강아지도 있다. 바로, 성인 애니메이션 <보잭 홀스맨>의 주인공 ‘보잭’의 지인 중 한 명인 ‘미스터 피넛버터’는 골든 레트리버로 극 중 시트콤과 리얼리티 TV쇼에도 등장하는 유명 셀러브리티다. 늘 뜬금없는 장소에서 나타나 주인공인 ‘보잭’의 심기를 건드리는 그는 언뜻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여자친구가 턱을 쓰다듬어 줄 때면 영락없이 우리가 사랑하는 골든 리트리버를 닮았다.
<보잭 홀스맨>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성인을 타깃으로 한 만큼 심오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시즌마다 ‘나오미 와츠’나 ‘폴 매카트니’처럼 유명 인사가 카메오 목소리로 등장하기도 하니 캐릭터들의 목소리에도 집중해볼 것.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