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8’ 개막을 앞둔 7일(현지시간) 초대형 TV 시장을 이끌어갈 차세대 기술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낙점하고 이 기술이 적용된 146인치 TV ‘더 월(The Wall)’을 공개했다. 마이크로 LED는 한 변의 길이가 100㎛(마이크로미터·1만분의1m)에 불과한 초소형 LED로 별도의 광원 없이 자발광이 가능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이날 사업부장을 맡은 후 처음 글로벌 미디어 앞에서 “TV 스크린은 크기와 공간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스탠딩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취재진 300여명이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커다란 가림막이 올라가며 마이크로 LED TV가 처음 공개되자 행사장 곳곳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마이크로 LED는 백라이트와 컬러 필터가 없어 LED 자체가 광원이 되는 ‘진정한 자발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발광원의 특징이 그대로 적용돼 밝기와 명암비, 블랙(black) 화면 구현에 있어 압도적인 화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가 146인치 초대형 TV에 마이크로 LED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기존 프리미엄 TV인 QLED TV의 ‘사이즈 확장’ 차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사장은 “액정표시장치(LCD)로는 사이즈 확대에 있어 가격·수율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마이크로 LED는 모듈러 방식이기 때문에 붙이는 대로 대형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소비자의 벽 사이즈가 TV 스크린 사이즈가 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화면 테두리도 없어 벽 전체를 스크린으로 만드는 식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실제로 마이크로 LED가 적용된 롯데시네마 잠실월드타워점의 경우 스크린 크기가 455인치에 이른다.
한 사장은 “LCD TV는 대형화할수록 비용이 올라가지만 마이크로 LED는 1개의 웨이퍼(wafer)에서 LED를 심는 방식이라 화면이 클수록 생산되는 LED가 많아 오히려 비용은 떨어진다”며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외부 2~3개 마이크로 LED 제작 전문 업체로부터 LED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마이크로 LED TV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효건 삼성전자 TV 개발팀장(부사장)은 “TV 생산·제조가 사실상 반도체 공정에 더 가깝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연내에 마이크로 LED TV를 상용화해 주문생산 방식으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TV를 ‘일상생활의 중심’으로 둬야 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모든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다른 기기와 간편하게 연결되는 스크린 △설치공간과 크기에 제약 없는 스크린 등 세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18년형 스마트 TV에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빅스비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스마트 싱스와 연동돼 TV를 주변 스마트 기기 조작의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