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미스터리 열쇠를 쥔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8일 한국에 도착해 GS그룹을 방문하고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임 실장을 만날 것으로 보여 그동안의 의혹을 해소하고 양국 관계가 격상될지 주목된다.
8일 GS그룹에 따르면 칼둔 청장은 한국에 도착한 직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그룹 본사를 방문해 허창수 GS 회장을 접견했다.
GS그룹 관계자는 “UAE와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이날 면담도 순수한 비즈니스 차원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UAE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GS에너지는 2015년 UAE의 아부다비육상유전에 대한 지분 3%를 취득해 이곳에서 생산된 원유를 직도입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1983년 아부다비 원유 도입을 시작한 이래 현재 전체 도입량의 30% 이상을 UAE에서 구매하고 있다. GS건설 역시 2001년 퀸넥스 백판지 생산공장 건설 사업 이후 9건, 86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해왔다. 구체적인 면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GS그룹과 UAE 간의 향후 교류 증진과 협력 확대와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칼둔 청장은 또 저녁에는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과 칼둔 청장은 친분이 두터웠고 방한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자리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둔 청장은 이날 오전 9시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해 일반적인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차량에 탑승했다. 이후 오후3시30분께 정 의장과 30분간 국회에서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UAE는 ‘어떤 경우라도 양국관계 발전에 대한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며 “우리는 국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칼둔 청장은 “한국기업이 UAE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더 많은 분야에 더 많은 기업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항공과 관광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둔 청장은 10일 0시30분에 출국할 예정이어서 9일에는 문 대통령과 임 실장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나 국방부는 방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 우선 임 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과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실무적인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양국 이견 사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MB 정부 때 UAE 원전 수출을 위해 양국 군이 상호방위협정에 서명했고 이를 이번 정부에서 수정하려다 UAE와 갈등이 불거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칼둔 청장은 문 대통령을 UAE로 초청하고 싶다는 왕세제의 뜻을 전달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올해 바라카 원전 준공식 때 문 대통령의 UAE 방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 결과는 늦어도 10일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칼둔 청장의 면담 이후인 9일 브리핑을 열 가능성이 있다. 10일에는 문 대통령이 기자단과 자율 질의 응답을 할 예정이어서 관련 내용에 대한 답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호·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