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등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출금수수료를 인상한 지 10일 만에 또 기습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했다. 특히 각 거래소마다 인상률이 들쭉날쭉하고 거래소 간 수수료가 최대 6배나 차이 나는 등 투자자들을 상대로 약탈적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과다한 거래수수료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 7일 오후 비트코인 출금수수료를 기존 0.001비트코인에서 0.003비트코인으로 인상했다. 비트코인이 이날 장중 2,353만8,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1비트코인당 원화 출금수수료만 7만원이 넘게 드는 셈이다.
업비트도 오미세고(OMG)의 출금수수료를 0.1오미세고에서 0.4오미세고로, 파워렛저(POWR)의 출금수수료를 2파워렛저에서 5파워렛저로 올리는 등 일부 가상화폐 수수료를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도 주요 거래소들은 출금수수료를 인상했다. 빗썸은 지난해 12월28일 비트코인 출금수수료를 0.0005비트코인에서 0.002비트코인으로 올렸다. 며칠 후 0.001로 수수료를 부분 인하했지만 거래량이 오르자 곧바로 2차 인상을 실시한 것이다. 업비트도 지난해 12월24일 일시적으로 0.0005비트코인에서 0.001비트코인으로 출금수수료를 인상했다가 0.0005비트코인으로 다시 내렸다. 코인원은 지난해 12월28일 출금수수료를 0.0015비트코인으로 3배 인상했다.
거래소들은 송금 지연을 막기 위한 ‘급행료’ 성격으로 수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수료 인상 이후에도 서비스 지연은 계속되고 있어 투자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빗썸의 경우 지난해 12월 수수료 인상 이후 공식 공지로 올린 출금 지연 안내건만 두 건인데다 예고 없는 서비스 점검을 단행하기도 했다. 정부가 거래소에 대한 직접조사를 강화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대책을 예고했지만 수수료 지불 구조는 불투명하게 책정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정보 비대칭’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거래소에 대한 해킹이나 불법 자금세탁 등만 조사할 게 아니라 수수료 산출 체계도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빗썸과 업비트의 일평균 수수료 수익은 각각 26억원, 36억원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코픽스 산정 체계와 금리를 매달 공시하듯 가상화폐 거래소도 채굴자에 지급하는 비용, 인건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