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가 최근 1년간 25%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명품의 인기가 식지 않는 중국의 소비가 살아난데다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주가도 덩달아 상승한 덕분이다. 시장에서는 샤넬·에르메스가 꾸준히 가격을 인상하는데도 판매가 줄지 않고 있어 럭셔리 브랜드가 신흥 안전자산이라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럭셔리 펀드’로 분류되는 국내 4개 펀드는 최근 1년 평균 25.2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테마펀드인 금 펀드와 원자재 펀드가 각각 8.23%, 6.34% 오른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익률이다. 지난 5년간 수익률은 -30.51%로 저조했지만 지난해부터 급반등세를 보였다.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증권자투자신탁’이 1년 동안 26.18%로 평균을 상회했다.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을 9.81%, 위스키 브랜드 디아지오를 7.97% 담고 있다.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 역시 1년 수익률이 25.27%에 달한다. 이 펀드는 루이비통과 함께 패션 브랜드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그룹 주식을 가장 많이 담았다. 럭셔리 펀드의 주가 상승은 ‘명품 브랜드’ 주가 상승의 영향이 크다. 명품 브랜드는 그간 희소성과 고급 이미지를 위해 온라인 판매 대신 오프라인 판매로 차별화했지만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온라인 판매를 확산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중국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명품 브랜드들은 중국 내 온라인 판매가 시너지를 내며 실적 반전세를 보였다. 루이비통·디아지오의 주가는 1년간 30~40% 이상 상승했으며 케링그룹은 약 80%에 가까운 주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여기다 운용사들이 4차산업의 명품으로 꼽히는 알파벳·페이스북 등에 분산 투자한 전략도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정석훈 글로벌리치투게더펀드 책임운용역(상무)은 “효율성을 강조해 원가를 낮추고 혁신을 이끄는 정보기술(IT) 기업과 반대로 가격을 일으키는 고부가 소비 기업을 양대 투자 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명품 브랜드의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럭셔리 펀드’가 금이나 원자재보다 안전자산으로 가치가 높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명품 브랜드가 밀레니얼 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배타성과 가격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희소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7%에 불과하지만 2020년에는 1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