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6부(김시철 부장판사)는 11일 한화케미칼이 한국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금전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산은 등 피고는 3,150억원 가운데 1,260억여원과 지연이자를 한화케미칼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한화는 지난 2009년 11월 산은과의 보증금 소송을 시작한 지 8년1개월여 만에 절반 가까운 돈을 되찾았다.
앞서 1심과 2심은 산은이 한화에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7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손해배상액 예정 및 손해배상 예정액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한화가 지급한 보증금은 혹시 모를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금액이며 1·2심 판단처럼 감액 불가능한 위약금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민법 398조에 따라 부당하게 과다할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 대법원은 또 “한화는 확인 실사 기회를 얻지 못했고 매수자에 불리한 규정들이 양해각서(MOU)에 포함되는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보증금 전액을 빼앗기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한화는 2008년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9,639만주를 6조3,002억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우선 지급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져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긴데다 한화와 산은 측이 이견을 보여 이듬해 계약이 최종 결렬됐다. 산은은 한화와의 MOU 내용을 근거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한화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