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보편적 복지 논란 재점화]"아동수당 상징성 크다"...국회 되치기하는 정부

모든 국민에 일정한 금액 지원

'기본소득제'도 추진 검토 나서

국회합의 '선별적 복지'에 반해

"추경편성 사유로 적절치 않다"

일각에선 비판 목소리 비등

아동수당은 현 정부에 의미가 큰 정책이다. ‘보편적 복지 강화’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상징한다. 원안은 만 5세 이하 아동을 둔 가구에 차별 없이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아동수당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상위 10% 고소득자를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됐을 때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아쉬움을 표시했던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올해 예산안의 가장 아쉬운 대목은 아동수당”이라며 “보편적 복지라는 상징성을 허물었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취임 이후 가장 아쉬웠던 점을 아동수당 축소로 꼽기도 했다.



국회의 합의를 존중, 아쉬움을 드러내는 수준에서 그쳤던 정부가 정면 반박하면서 되치기를 시도하고 나섰다. 박 장관은 아동수당 보편적 지원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지난 10일 천명했다. 국회가 예산까지 합의한 사안을 정부 부처가 뒤집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동수당 원안이 가진 상징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동수당부터 삐끗하면 향후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아동수당 도입 이후에는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원하는 ‘기본소득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문제는 박 장관의 발언이 국회의 합의 취지, 특히 선별적 복지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아동수당의 선별적 지원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대해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겠다는 제도 정신에 어긋나고 △상위 10%를 가려내기 위한 과정에서 막대한 행정 비용과 국민 불편이 초래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국회는 이런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선별적 복지가 맞는다고 봤다.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에게 주는 돈을 아껴서 정말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상위 10%를 제외함으로써 절감되는 예산은 연간 1,700억~1,800억원 수준이다. 적은 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쓰기에 따라서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 요긴하게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선별적 복지에 들어가는 행정 비용은 향후 제도가 안착되면 절약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더구나 연간 3조1,000억원이 들어가는 무상복지, 2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무상급식 등 기존 보편적 복지 제도도 효과는 낮은데 나랏돈만 많이 들어간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되고 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아동수당의 선별적 지원은 여야 3당이 여러 쟁점과 가능성을 고려해 결정한 사안인데 이제 와서 이를 흔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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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은 선별적이냐 보편적이냐를 떠나 제도 자체의 문제도 많다고 지적되는 제도다. 김용하 사회보장학회장은 “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저출산 현상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한 달에 10만원을 준다고 아이를 낳겠다는 부모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아동수당 시행 여부를 다시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다.

아동수당은 상위 10% 제외를 상정하고 예산을 확정한 상태여서 현실적으로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당장 아동수당을 100% 지급하면 약 910억원 정도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한 수준인데 아동수당 확대는 국가적 재난 등 추경 편성 사유로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아동수당 대상자라도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제도를 확대해도 추경 편성까지는 필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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