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가상화폐 억누르다 4차산업혁명 뒤처질라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그제 국세청이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1·3위 업체인 빗썸과 코인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더니 11일에는 법무부가 거래소 폐쇄를 언급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이날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확인한 것이다. 법 제정에 부처 간 이견이 없어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경찰과 검찰·금융위 등 모든 사정당국이 가상화폐 옥죄기에 총동원된 모양새다.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우려가 큰 만큼 정부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과 주부, 심지에 10대까지 한탕을 노리고 ‘묻지마 투자’에 가세하고 있는 것이 요즘 모습이다. 투기로부터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폐해만 강조하는 투기근절책이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 개발에 대한 의욕마저 꺾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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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은 주시할 만하다. 우선 월가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은 현실이 됐다”면서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비트코인 투기를 17세기 튤립 광풍보다 심하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주목하고 이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필름업체인 이스트먼코닥이 이달 말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인 코닥코인을 발행할 예정이다. 코닥은 블록체인 기술이 불법 다운로드를 어렵게 해 사진작가의 작품관리 해법을 찾아줄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페이스북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기업은 확산될 공산이 크다.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옥죄기에만 매달리다 보면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 투기단속과는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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