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관할 구역 내 대형 교회인 ‘사랑의교회’에 공공도로 점용을 허가한 건 위법이라는 판단이 다시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11일 황일근 전 서초구 의원 등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처럼 “서초구의 도로점용허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서초구는 2010년 당시 신축 중인 사랑의교회 건물의 일부와 교회 소유의 도로 일부를 기부채납 받는 조건으로 서초역 일대 도로 지하공간 1천77㎡를 쓰도록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
이에 당시 현직이던 황 의원과 주민들은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해 “구청의 허가는 위법·부당하므로 시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하지만 서초구가 감사 결과에 불복하자 주민소송을 냈다.
1, 2심은 “도로점용 허가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이나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다”며 각하 결정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청의 도로점용 허가도 지자체의 ‘재산 관리·처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므로 주민소송 대상이 된다며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안을 재심리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월 서초구가 사랑의교회에 공공도로 점용을 허가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서초구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며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도로 지하 부분에 설치된 예배당 등은 서초구에 필요한 시설물이 아니라 사랑의교회의 독점적·사적 이용에 제공되는 것”이라며 “도로점용허가의 목적이나 용도가 공익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교회 건물 중 일부를 어린이집 시설로 기부채납한 만큼 공익적 목적을 달성했다는 구청 측 주장에는 “특정 종교시설 내에 설치된 어린이집은 교인 외에 다른 주민이 이용하기가 정서상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랑의교회는 문제가 된 도로 지하 부분을 이용하지 않고도 얼마든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대형 교회를 지향해 거대한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의도로 도로 점용 허가를 추진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도로점용 허가를 취소할 경우 시설 일부분을 철거해야 하고 그로 인해 사랑의교회가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더라도, 도로점용허가의 효력을 존속시킬 공익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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