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시작된 의료계 문제가 시스템 개선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원인은 ‘인재’로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미숙아에게 지방산과 열량을 공급하기 위해 의료진이 주사한 지질영양주사제가 오염됐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은 환자 안전을 위해 병원 내 세균감염을 예방해야 하는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주사제(지질영양제) 취급 과정에서 감염 관리 의무위반 등 혐의가 있는 간호사 2명과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위반 등 혐의가 있는 수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3명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의료계에서도 병원과 의료진이 환자 안전관리 및 감염 예방 대책에 더 신경을 쓰고,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신생아중환자실 시스템 개선도 중요하지만, 의료진들이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의료계가 의료사고 예방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 원인을 단순한 감염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적자와 인력난에 시달려온 신생아중환자실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이와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신생아중환자실이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에 원가 보전이 안 되고 투자가 적다 보니 장비가 낙후되고 전문인력도 부족해져 과실이 일어나기 쉬운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있다고 지적해왔다. 적은 인력으로 위급한 신생아 다수를 돌보는 상황이라 환자 관리와 감염 예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가 인력 부족에 따른 ‘예견된 사고’라는 분석도 있다.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A 씨는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보낸 호소문에서 “간호사 1명이 신생아중환자실 환아 4명을 담당하면서 어떻게 매 절차를 정확히 지킬 수 있겠는가”라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든 이대목동병원 사태는 되풀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고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당국이 적정 수가를 책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대목동병원 측과 소속 의료진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태화인턴기자 taehw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