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가맹점주 "본사가 못 올리면 우리가" 독자 가격인상

살길 찾아나서는 자영업자들

# 경기도 일산신도시에서 김밥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영업시간을 한 시간 단축했다. 가맹본부에 상관없이 본인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임대료·카드수수료 등 부담해야 하는 각종 비용이 늘어난 가운데 최저임금마저 큰 폭으로 뛰면서 인건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아서다. 그는 “일단 영업시간을 줄여 대응해보고 그래도 어려우면 아르바이트 학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에 가격 인상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본부 차원에서 (가격 인상이) 없다면 독자적으로 값을 올리겠다는 가맹점주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가맹점주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에 가격 인상, 영업시간 단축 등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가맹본부가 아예 움직이려 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갑질 논란으로 미운털이 박힌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외식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특별물가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고위관계자는 “만약 현재 시점에서 가맹본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정부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본부 입장에서는 점주들의 고충을 다 들어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의 독자적 가격 인상 등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들이 자체적으로 영업시간을 줄이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최근 모임을 열어 영업 마감시간을 오후11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단축하기로 했다. 가맹본부도 굳이 막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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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치킨부터 피자·떡볶이 등 전 외식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들과 소통하기 위한 온라인 게시판을 보면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점주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한 치킨 업체 가맹점주는 “지난해 ‘치킨값 파동’이 벌어졌을 때부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주들 사이에 있었다”며 “현재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당장 망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점주들은 인건비도 문제지만 특히 배달 애플리케이션 및 배달대행 수수료가 추가로 생기는 바람에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한 예로 치킨 프랜차이즈 BBQ 가맹점주들은 지난 9일 가맹본부와의 간담회에서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강하게 전달했다. 점주들은 오는 15일 간담회에서 재차 가격 인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문제는 BBQ뿐 아니라 다른 가맹본부 역시 가격 인상을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 이렇다 보니 일부 가맹점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가맹본부에 상관없이 조만간 행동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준호·박윤선기자 violator@sedaily.com

서울 강남구 한 치킨 매장에서 고객들이 주문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가맹점주들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연합뉴스서울 강남구 한 치킨 매장에서 고객들이 주문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가맹점주들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연합뉴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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