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버핏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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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의 정기 주총장. 한 투자자가 워런 버핏 회장에게 “냉동인간이 돼 훗날 세상에 다시 나타나는 것이 어떻겠냐”고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버핏은 “아직 그런 걸 생각하기에는 너무 젊다”고 맞받아쳤다. 주총 때마다 터져 나오는 자신의 건강문제에 대한 세간의 걱정을 일축한 것이다. 그래도 “만일 내가 죽고 나면 버크셔의 문화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불안한 속내를 내비쳤다고 한다.


올해 88세를 맞는 버핏의 후계자 문제는 월가의 최대 관심사다. 세계 3위의 막대한 자산과 철도·전력회사 등 80개사를 거느린 복합기업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는 그가 전립선암 1기 진단을 받아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져 시장을 출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버핏이야말로 투자자들에게 최대의 위험이자 최고의 자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버핏이 후계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인물도 헤아릴 수 없다. 한때 버핏의 친구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마저 유력 후계자로 떠오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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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평소 주변에 똑똑한 후계자는 많지만 기대만큼 열정으로 가득 찬 인재를 찾기 힘들다고 토로해왔다. 그러면서 후계자는 자신처럼 유전적으로 가치투자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하며 독립적인 생각과 안정적인 감성, 인간과 기관투자가의 행동을 이해하는 능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못 박았다. 여기에 60대 인물이 자신의 뒤를 잇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건도 따라붙고 있다.

버핏이 최근 2명의 내부 임원을 동시에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62년 만에 후계 구도를 공식화했다는 소식이다. 캐나다 출신의 그레고리 아벨과 인도에서 태어난 아지트 자인이 후보들인데 두 사람 모두 주식 투자에서는 실적을 별로 쌓지 못했다. 외신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아벨을 유력 후보로 꼽는 모양이다. 과거 후계자 공개 모집을 실시했던 버핏은 응모함에 ‘너무 어렵다(Too Hard)’라고 써놓았다고 한다. 버핏은 지금 인생 최대의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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