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래소 폐지 등을 거론하며 가상화폐와의 전면전에 돌입했음에도 50대 이상 강남의 고액자산가들까지 가상화폐 투자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직장인이나 전문직 등 비교적 20~30대의 젊은 층이 많은 지역의 증권사 지점에서만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전통적 자산가들이 몰려있는 강남으로까지 가상화폐 열기가 퍼졌다는 설명이다. 강남권에 근무하는 또 다른 PB는 “이 지역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60대 이상의 노년층이기 때문에 가상화폐 같은 초고위험 투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무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가 어떤 건지 알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면서 PB들끼리 스터디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은 광화문과 을지로 등 젊은 직장인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종로 부근에 자리한 한 증권사의 PB는 얼마 전부터 다른 PB들과 함께 가상화폐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이 PB는 “매주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달에는 ‘가상화폐’가 주제였다”며 “젊은 고객들의 문의에 답하기 위해서는 직접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도 일선 현장의 PB들을 위해 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 증권사는 PB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에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본사 차원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애널리스트를 보내 PB들에게 세미나를 진행한 곳도 있다.
다만 증권사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직원들에게까지 퍼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자사 직원들에게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안내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주식이나 펀드 등과 달리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회사가 강제할 근거가 없음에도 컴플라이언스팀에서 가상화폐 투자 자제를 권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며 “내용은 투자 손실에 주의하라는 것이었지만 기존 투자자금까지 정리할 것을 권한 만큼 사실상 투자를 금지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