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자신의 핵심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일단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참모진 사이에서는 ‘본격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정면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찬을 겸해 이뤄진 이날 회의에는 평상시의 2배 가까운 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한 참모진이 대다수였다.
이 전 대통령의 집사격인 김 전 기획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위기감을 느낀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이 대거 삼성동 사무실에 집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김 전 기획관이 김성호·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2억 원씩 약 4억 원의 자금을 수수했다는 검찰 수사 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의 변호사 등을 통해 확인한 바를 토대로 김 전 기획관 본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데다 돈을 받았다는 구체적 증거도 없다면서 사실상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전 기획관이 2008년 5월 저녁 시간대에 자신의 아파트 인근에서 100만 원짜리 다발로 2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아파트에 CCTV도 설치돼 있고, 주민들도 오가는데 100만원 짜리 다발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여기에 김 전 기획관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2억여 원을 받았다면 다른 청와대 참모진에게도 전달됐을 텐데 아무도 돈을 받았다는 참모진이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기획관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또 우리는 김 전 기획관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며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이 유입됐다면 흔적이 남을 텐데 낌새를 눈치챈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각본 아래에 진행되는 일종의 ‘표적수사’에 해당하는 만큼 공식적인 입장을 배포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오늘 회의는 ‘강경론’이 대세였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한 뒤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언론에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일단 이날 회의의 결론은 신중론이었다. 검찰의 수사 상황과 법원 판단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전 기획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가시화되면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정면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갖다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그런 시스템도 알지 못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면서 “우리나라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보고 추가 대응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민정2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16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