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068270) 3형제가 코스닥 상승장을 이끌며 코스피의 삼성전자와 같은 지수 왜곡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셀트리온이 코스닥이다. 끊이지 않는 거품·투기 논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에 대한 우려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코스닥은 단숨에 890선을 뛰어넘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의 상승분 중 절반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셀트리온제약(068760)의 상승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셀트리온 3형제의 시가총액 변동분을 제외한 코스닥 상승률은 12.75%에 그쳤다. 이 기간 코스닥 상승률(25.48%)의 절반을 셀트리온 3형제가 끌어올린 셈이다. 이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49%, 3.85%, 셀트리온제약이 22.35% 상승하면서 코스닥은 전일보다 2.13% 오른 891.61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셀트리온 3형제를 제외하면 지수는 713 정도에 그친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셀트리온 3사가 차지하는 비중(21.1%)을 한참 뛰어넘은 영향력이다.
시가총액 42조원을 넘어선 셀트리온은 국내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현대차도, 포스코도 가뿐히 제쳤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와의 차이는 10조원 정도다. 셀트리온 3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67조7,065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삼성·SK·LG·현대차그룹에 이어 5위 수준이다.
셀트리온 3형제의 상승세에 대해 시장에서는 투기성이 짙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유동성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조그마한 악재에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는 단기간 급등세를 보였다. 9~15일까지 5거래일 동안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64%나 뛰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같은 기간 각각 16%, 31% 상승했다. 빠른 주가 상승에 펀더멘털과 바이오기업 특유의 미래가치를 반영한 목표주가는 이미 지나간 수치다.
시장에서는 셀트리온 3형제의 상승세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셀트리온의 급등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투기 심리가 주가를 움직이는 탓에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코멘트를 거부할 정도다.
분석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증권가에서 작성된 셀트리온 3사 관련 분석 보고서는 단 1건(셀트리온)에 불과하다. 그나마 셀트리온제약은 최근 1년간 보고서 건수가 0건이었다. 코스닥 시가총액 6위로 꼽히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참고할 만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코스닥 시장의 주포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의 매매도 셀트리온을 빼면 의미가 없다. 이날 코스닥 시장의 전체 외국인 순매수 규모 1,751억원 가운데 735억원이 셀트리온에 집중됐다. 반면 매매 패턴은 일정한 추세를 갖기보다는 단기매매에 치중하고 있다. 이날 순매수 상위가 셀트리온이라면 순매도 상위도 셀트리온 3형제 중 하나인 셀트리온제약이다. 외국인은 10일 6만4,800원이던 셀트리온제약을 3일 연속 사들이며 10만원을 넘긴 후 이날 71억원어치를 팔며 단기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투기 심리가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를 흔드는 가운데 변곡점은 다음달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이다. 셀트리온은 다음달 말 코스피로 옮긴 후 당초 예정보다 늦은 오는 6월에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이 코스피로 떠나면서 코스닥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코스닥150지수에서 빠지고 코스피200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일부 코스닥150 종목은 주가 변동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급격한 출렁임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이명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코스닥150 편출로 약 7,000억원의 자금이 나머지 코스닥150 종목으로 투자되면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이 약 0.52% 증가할 것”이라며 “시가총액 대비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물량 부족으로 일시적인 주가 변동이 발생할 수 있지만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등이 특정 지수에 투자한 자금을 한꺼번에 움직이지는 않는다”며 “셀트리온 이전 상장의 영향은 적어도 1·2년 후에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