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땀이 젖어 있어야 돈이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가상화폐 논란으로 추운 날씨가 후끈 달아오른 듯하다.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 더 무서운 법이다. 눈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상상력이 발휘된다. 가상화폐가 현실 경제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끄는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수많은 논란도 그 결과가 보일 때까지 뜨겁게 계속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대박의 꿈은 끊임없이 존재해왔다. 대표적으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에 대한 투기 광풍이 있었다. 굳이 오래전 외국의 사례를 찾아볼 필요도 없다. 우리도 부동산·주식·벤처에 대한 투자 열풍이 주기적으로 있었다. 모두 일확천금의 꿈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 이면에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잘살기 어렵다는 일반 국민의 좌절감도 한몫했다.


가상화폐 열풍의 문제점은 이처럼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것이다. 가상화폐로 대박을 이뤘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글들을 보면서 더 좌절한다. 사실 원칙대로 살아가면 객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대박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왠지 자신만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든다. 근로의욕이 감퇴한다. 시장경제의 기본 틀이 무너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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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가상화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실물화폐를 발행하지 않아 생산비용이 들지 않는다. 당사자 사이에 직접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체비용 등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컴퓨터에 저장하므로 도난이나 분실의 위험도 없다. 이런 장점을 이유로 가상화폐가 4차산업 혁명을 이끌 수 있으므로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들이 정상적인 구조에서만 실현된다는 것이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이미 투기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상대적 박탈 심리로 인한 위화감 조성, 건전한 근로의욕의 감퇴, 합리적 시장경제의 왜곡 등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정상적인 투자 대상으로 평가받는 부동산·주식·벤처도 투기로 변질되면 규제가 필요하다. 시기를 놓치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더 많은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

어떤 종류의 투기든 직접 실행해본 적은 없다. 시장경제를 잘 아는 경제학자도 아니다. 다만 변호사로서 문제가 발생한 많은 의뢰인의 피해를 수습해주면서 체득한 게 있다. 정상적인 투자를 벗어나 투기로 진행되는 부동산·주식·벤처에 올라타는 순간 비극이 시작한다. 개인과 가정의 파탄을 불러온다. 심지어는 교도소 담장 위를 위태롭게 걷다가 그 안으로 떨어지는 패가망신으로 정리된다.

돈은 무거워야 한다. 일확천금으로 편하게 번 돈은 가볍기 때문에 쉽게 날아간다. 땀이 흠뻑 젖어 있는 무거운 돈만이 쉽게 날아가지 못하고 남는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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