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美서 과태료 폭탄맞은 농협 꼴 날라… 자금세탁방지 강화나선 시중銀

은행권 "다음 타깃 될 수도" 긴장

기은, 현지로펌 컨설팅·인력 충원

우리, 팀규모 조직을 부로 격상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국내 은행 최초로 미국 뉴욕 금융청(DFS)으로부터 자금세탁 방지(AML) 등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시스템 미비로 과태료 1,100만달러(약 119억원)를 받은 여파로 시중은행들이 자금세탁 방지 조직을 잇따라 강화하고 나섰다. 미 정부가 은행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해도 이란 등과 거래 혐의만 있어도 거액의 과태료를 물리자 국내 은행들이 초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다음 타깃이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은행들이 현지는 물론 국내 자금세탁 방지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한국·이란 간 무역거래 결제를 위해 원화결제 업무를 수행한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에 대해 미국 법령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이란중앙은행(CBI)의 원화결제 계좌에서 위장거래로 거액이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이 국내 은행을 상대로 전방위 자금세탁 혐의 조사에 나서면서 국내 은행은 과태료 폭탄을 맞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은 자금세탁 방지 등과 관련해 인력이나 시스템, 조직, 경영인의 인식 등 모든 분야에서 까다롭기 그지없는 미국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워 과태료 폭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계 은행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조직들이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과 조직, 인력을 운영하려면 1조원 이상이 들어갈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이를 방치할 경우 거액의 과태료를 맞을 수 있어 전전긍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자금세탁 방지 조직이나 시스템, 인력 충원 등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수십억원을 들여 현지 로펌의 컨설팅을 받고 있고 연봉 수억원의 자금세탁 방지 관리자 선임을 검토하고 있다. 또 준법감시 전문인력도 1명에서 6명으로 대거 확충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임상현 수석부행장이 직접 뉴욕을 다녀와 점검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2016년 자금세탁 방지 규정 준수 미비로 DFS와 뉴욕연방준비은행 감사에서 행정제재를 받았다.


우리은행도 준법지원부 내 자금세탁방지팀을 자금세탁방지부로 확대하고 ‘국외 AML팀’을 신설해 국외 자금세탁 방지 업무를 상시 모니터링 체계로 강화했다. 인력도 기존 13명에서 24명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제재법규를 총괄하는 ‘Sanction(제재허가) 관리팀’을 부서 내에 신설하고 전문변호사를 채용함으로써 제재법규 준수 여부 점검 및 법률지원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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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본부 자금세탁방지팀을 자금세탁방지부로 격상시켰고 인원도 충원할 방침이다. 미국 준법감시 관련 담당자는 최초 3명에서 현재 10명으로 증원했고 추가로 인력을 늘릴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법무실 산하 팀으로 있던 자금세탁방지실을 독립 조직으로 격상시키며 전문성 있는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아울러 KB금융지주-은행-기타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정보 공유를 하며 대응할 방침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뉴욕지점의 2년 치 수익에 맞먹는 1,100만달러의 과태료를 냈고 AML 전문인력 추가 채용 및 AML 시스템 구축 등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유럽계 금융사에 했듯이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한국 은행의 자금세탁 방지 규정 준수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할 움직임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의 부담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 업무 경험이 있는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 보강과 컨설팅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필요해 과태료 못지않게 부담이 크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기존 은행 업무 경험만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지적당해 현지 전문가를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란 등 특정 국가, 범죄단체, 정치인, 유력 경제인 등의 자금세탁에 은행이 활용되는 도구로 작용하게 되면 은행이 무너질 정도의 제재가 나올 수 있고 다음은 누가 될지 아무도 몰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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