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0월 전망 이후 국내외 여건 변화를 고려한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직전 전망인 2.9%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이로써 한은은 앞서 3.0%를 제시한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2년 연속 3%대 성장 전망 대열에 합류했다. 한은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추정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올려잡은 가장 큰 배경은 세계 경제 훈풍에 따른 수출 호조다. 이날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7%로 지난해 10월(3.6%)보다 0.1%포인트 더 높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상품 수출 증가율도 3.6%로 3개월 전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민간소비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힘을 실었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전망(2.6%)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소비심리 회복세가 양호한데다 최저임금 인상, 가계소득 증대 등 정부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승철 한은 부총재보는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일자리안정자금 등) 정부 정책 영향으로 인원 감축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소비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내수에서 3% 성장을 안정적으로 견인할 만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투자 위축이 크다. 지난해 14.3% 뛰었던 설비투자는 올해 증가율 전망이 2.5%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반도체를 필두로 정보기술(IT) 투자가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건설투자는 오히려 감소(-0.2%)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6년 10.7%, 2017년 7.2%에서 대폭 줄었다.
고용 시장도 여전히 차갑다. 올해 취업자 수는 연간 30만명으로 예상된다. 지난해(32만명)는 물론 직전 전망(34만명)보다 크게 줄었다. 실업률은 지난해(3.7%)보다 0.1%포인트 오른 3.8%로 전망됐다. 내수가 3%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7%로 종전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2회 연속 하향 조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생각보다 늦게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수출이 이끄는 ‘외바퀴’ 성장 양상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이자 일각에서는 3% 성장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수출 경기마저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증가율 자체는 지난해보다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 원화 강세 등 교역조건 악화에 따라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3% 성장이 다소 과도한 전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