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합의에도 우리 선수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에 세계 체육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IOC는 그동안 올림픽을 세계 평화의 매개로 삼는 한편 공정한 스포츠 정신이 살아 있는 최고의 무대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에만 엔트리 확대를 허용해 북한 선수를 포함하는 것은 평화올림픽을 상징하기에는 편리하지만 스포츠의 공정성에는 위배된다는 지적이 거세다. 평화올림픽이냐 공정한 경쟁이냐. IOC의 선택만 남았다.
오는 20일 오후5시30분(이하 한국시각)부터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주재로 ‘평창올림픽 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대한올림픽위원회·민족올림픽위원회(북한), 남북한 정보 고위인사, 남북한 IOC 위원 등 4자가 참여해 올림픽 최초의 단일팀에 합류하는 북한 선수 숫자와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의 전체 규모 등을 확정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우리 측 대표단은 18일 오후 스위스로 출국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IOC는 단일팀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한 특강에서 “북한 선수 5~6명이 추가 합류하는 것으로 (남북이) 합의했다. IOC 등도 이런 방향으로 양해하겠다고 얘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IOC가 단일팀을 승인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일단 북한 선수 5~6명이면 우리 대표팀이 생각하던 숫자와 차이가 있다. 새러 머리(캐나다) 대표팀 감독은 최근 단일팀 구성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꼭 받아들여야 한다면 2~3명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시로 선수교체가 이뤄지는 아이스하키에서 신규로 몇 명에게 출전 기회를 주려면 기존 멤버들의 출전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는 우리 선수들은 다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다는 보장이 없다. 교체도 중요한 작전의 일부인데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올림픽 경기를 그동안 준비해온 대로 치르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단일팀 강행에 비난 여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산은 허울뿐인 단일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선수(경기에 실제로 나설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은 남쪽 감독이 갖고 하게 돼 있어 우리 선수가 피해를 보거나 경기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북한과) 합의돼 있다”고 했다. 아이스하키의 대회 엔트리는 23명이고 실제로 개별 경기를 뛰는 게임 엔트리는 22명이다. 이 22명 명단 작성을 전적으로 머리 감독에게 맡기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경기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외국인 감독이 북한 선수들을 대회 내내 벤치에만 앉힐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합의를 했다고는 해도 반발할 여지가 있고 ‘무늬만 단일팀’이라는 또 다른 비판도 우려된다.
세 번째 산은 특혜 논란이다. 미국의 올림픽뉴스매체인 어라운드더링스는 18일 “남북 단일팀의 엔트리 확대는 불공정한 어드밴티지로 비칠 수 있다. 현재 (단일팀 찬반에 대해)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우려했다. 스위스는 이미 “단일팀 엔트리 확대는 왜곡된 경쟁”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일본 대표팀 감독도 “IOC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솔직히 스포츠경기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스위스와 일본은 우리의 예선 상대다. 현장의 이런 목소리를 종합해 IIHF가 단일팀 반대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무리하게 단일팀을 추진했다가 올림픽 자체가 위기에 빠지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18일 여자 대표팀 23명 명단과 스웨덴과의 평가전(2월4일) 일정 등을 발표하면서 로잔 회의 결과에 따라 일정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수의 합류가 확정되면 일종의 테스트 과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희범 위원장은 18일 북한이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여자 아이스하키 외에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에도 선수를 파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남북끼리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IOC 주재 회의에서 선수단 규모를 최종 승인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