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토요워치] 절세냐 탈세냐...아리송한 세법의 덫

"한푼이라도" 稅테크 전쟁속

증여·상속세 법 조항 따라

한끗차로 불법·합법 갈려

다스도 '꼼수 물납' 도마에



#합법=중소기업 사장 A씨는 법인을 설립하면서 지분의 10%를 아들 몫으로 배정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회사 배당금도 아들에게 몰아주기로 했다. 배당금이 1억원일 때 지분율대로라면 A씨 몫인 9,000만원을 챙겨야 하는데 10% 지분을 가진 아들이 배당금 100%를 모두 가져갈 수 있게 조치했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아들은 지분 초과배당(9,000만원)에 대한 소득세 1,660만원과 증여세 7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소득세가 증여세보다 많으면 증여로 보지 않는 규정에 따라 소득세만 냈다. A씨가 아들에게 9억원을 그냥 줬다면 증여세 누진으로 2억원 가까운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9,000만원씩 10년간 몰아주기 배당을 하면 소득세는 1억6,600만원이면 돼 3,000만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불법=B씨는 형제가 셋이다. 각각 6억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다. 자녀들도 각자 둘씩이다. B씨는 아이들에게 3억원씩 주식을 물려주려고 보니 한 명당 세액이 4,000만원에 달했다. 세무사와 상담하던 B씨는 형제를 동원하면 이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3형제가 모두 여섯 명의 자식들에게 각각 1억원씩 증여하는 식이다. 이때 자녀 한 명이 내는 세금은 각각의 증여건에 직계증여는 5,000만원, 친척증여는 1,000만원을 공제받는다. 이를 통해 B씨는 한 명당 4,000만원에 달하던 세금이 2,300만원으로 줄어 1,700만원의 이득을 봤다. 자녀가 여섯임을 고려하면 B씨 3형제는 1억원 넘는 세금을 아꼈다.


한 푼이라도 세금을 줄여보겠다고 나선 A씨와 B씨. 이들은 현명한 절세 고수일까, 파렴치한 탈세범일까. 언뜻 보면 둘 다 절세 같기도, 탈세 같기도 하지만 B씨는 아꼈다고 생각한 세금을 다시 납부해야 했다. 과세당국은 3형제가 사전에 교차 증여하기로 약속한 점에 주목했다. 직접증여나 마찬가지면서 증여세 누진세율 적용을 피한 만큼 탈세라고 판단했다. 이 방식이 허용되면 국민 누구나 교차증여를 통해 누진과세를 피해 갈 수 있어 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A씨는 ‘초과배당에 대한 소득세가 증여세보다 많으면 증여세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합법으로 인정받아 세금을 절약했다.

관련기사



두 경우를 살펴보면 절세와 탈세는 한 끗 차이다. 남 보기에는 둘 다 정당하지 않은 꼼수로 여겨지지만 법은 조항에 맞는지만 따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꼼꼼하게 법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순간에 세(稅)테크의 귀재도, 범법자도 되는 셈이다. 탈세와 절세, 좋은 의미로 ‘세테크’ 방법은 ‘억’ 소리 나는 자산가나 기업일수록 훨씬 복잡하고 정교해진다. 세무사나 회계사·변호사는 의뢰인의 모든 조건과 세법 조항 구석구석을 분석해 최선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탈세를 절세로 바꾸는 것이다. 절세 단위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혹은 그 이상이다. 물론 세금 규모가 커지다 보면 절세가 자칫 범법행위인 탈세가 되는 경우도 적잖다. 규정을 이리저리 피해가다 덫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 같은 속임수의 유혹에도 빠져서다.

10년 가까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있는 자동차부품사 ‘다스’의 상속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합법적 탈세, 절세 기법이 동원됐다고 평가한다. 다스의 최대주주였던 이 전 대통령 처남 김재정씨가 지난 2010년 사망하자 부인 권영미씨가 다스 소유자가 돼 상속세 415억원을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했다. 당시 상속재산 중에는 수십만평의 임야도 있었지만 상속세 납부 만기일에 갑작스럽게 소액의 근저당이 설정돼 물납 대상에서 빠졌다. 비상장주식은 경매에 내놓아도 인기가 없다. 가치 판단이 모호하고 되팔기도 어려워서다. 유찰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친인척이나 회사 관계자가 저렴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으로 비상장주식을 물납한 뒤 우회적으로 저렴하게 되사면 차액만큼 상속세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그래서 다스 사례에 대해 ‘꼼수 물납’ 비판이 높아졌고 결국 과세당국은 세법시행령을 바꿔 비상장주식 물납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익재 안세회계법인 회계사는 “누구나 세금 내기를 아까워하고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공부해 합법적인 틀 안에서 최대한 세제혜택을 누린다며 현명한 납세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