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는 이미 시작됐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점령한 곽도원, 마동석, 조진웅, 김성균이 본격 주연 연기에 도전하자 이들의 공석을 채울 조우진, 진선규, 최귀화, 김병철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꽃길을 예고한 신스틸러 4인방은 2018년에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며 타이틀롤로 거듭날 채비를 갖췄다 .
■ ‘한계 없는’ 조우진, 존재 자체가 브랜드
신흥 다작 요정으로 떠오른 조우진은 최근 개봉한 ‘강철비’와 ‘1987’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무사 백동수’ ‘닥터 진’ ‘마의’ ‘돈의 화신’ ‘기황후’ ‘비밀의 문’, 영화 ‘마마’ ‘최종병기 활’ ‘원더풀 라디오’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으며 연기 활동을 펼쳤다.
영화 ‘내부자들’(2015)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악인 조상무 역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2016년 말 ‘도깨비’에서 강렬한 신스틸러로 발돋움했다. 당시 육성재(유덕화 역)를 보좌하는 김비서 역을 맡았던 것. 초반부터 단정하며 독특한 성격으로 임팩트를 준 그는 과거 간신이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게 하는 등 미스터리한 정체로 시선을 끌었다.
‘도깨비’로 시작한 2017년은 조우진에게 최고의 해가 됐다.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B주임과 러브레터’ 영화 ‘더 킹’ ‘원라인’ ‘보안관’ ‘리얼’ ‘브이아이피’ ‘남한산성’ ‘부라더’ ‘1987’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열일’했던 것. 또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로 첫 예능 신고식까지 마쳤다.
‘한계가 없는 배우’ 조우진은 대중에게 보여주는 연기의 폭도 넓혀나갔다. ‘시카고타자기’에서는 유아인의 전속 출판사 대표 갈지석 역으로 ‘도깨비’를 잇는 남남케미를, ‘B주임과 러브레터’에서는 송지효와 로맨스를 선보였다. 특히 ‘강철비’와 ‘1987’에서는 북한 요원과 박종철 열사 유족이라는 극과 극의 역할로 내공을 증명했다. 올해도 영화 ‘국가부도의 날’ ‘돈’ ‘마약왕’ ‘창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 ‘청룡의 남자’ 진선규, 소박해서 더 끌렸다
또 다른 신스틸러 진선규에게 2017년은 그야말로 도약의 해였다. 지난해 ‘특별시민’ ‘불한당’ ‘범죄도시’에 출연한 그는 ‘범죄도시’ 속 실감 나는 중국인(조선족) 연기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했다. 특히 소박하면서도 진심 가득한 수상소감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뜨거운 관심이 계속됐다.
그 결과, 진선규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2017년을 빛낸 인물 5인에 당당히 선정됐다. 유시민, 송은이, 김생민, 윤종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또한 ‘월간 윤종신’ 12월호 ‘추위’ 뮤직비디오에서 배두나와 연기 호흡을 맞추고 패션화보와 광고까지 섭렵하는 등 대세의 행보를 보여줬다.
진선규는 본지에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아무도 몰랐던 사람이었는데 정말 뜻밖의 선물을 받은 2017년이었다”며 “이제야 첫 발을 디딘 이 길 위에서 2018년도 여태껏 해왔던 모습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좋은 배우의 길 위를 걸어가겠다. 여러 다른 모습으로 국민들께 찾아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2018년에도 대세의 기운은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 ‘곰탱이’ ‘돈’ ‘암수살인’ ‘사바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출연까지 예정돼있는 것. 지난해보다 올해 더 기대되는 배우임에 틀림 없다.
■ ‘황금빛 배우’ 최귀화, 상복 터졌다
1997년 연극 ‘종이연’으로 데뷔한 최귀화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 ‘제중원’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 ‘내 깡패 같은 애인’ ‘차형사’ ‘26년’ ‘연애의 온도’ ‘집으로 가는 길’ ‘군도:민란의 시대’ ‘해무’ 등에 단역 및 조연으로 출연했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은 tvN ‘미생’에서 박대리를 연기하고부터다.
이후로도 꾸준한 활동은 이어졌다. 2016년 ‘곡성’ ‘봉이 김선달’ ‘부산행’ ‘터널’ ‘그물’ 등 장르 및 역할에 상관없이 출연해 극에 풍성함을 더했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조작’ ‘황금빛 내 인생’ ‘나쁜 녀석들:악의 도시’ 영화 ‘더 킹’ ‘조작된 도시’ ‘택시운전사’ ‘범죄도시’까지 장르와 역할을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다지고 있다.
특히 시청률 40%를 돌파, 최고 흥행 기록을 쓰고 있는 KBS2 ‘황금빛 내 인생’에서 소탈하고 친근한 반전 매력을 보여주며 보다 대중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엔 디렉터스컷어워즈 올해의 새로운 남자배우상에 이어 대한민국 톱 조연상을 수상하며 행복한 한해를 보냈다.
올해 첫 영화로 ‘1급기밀’에 출연한 그는 신스틸러로 함께 언급된 조우진, 진선규 김병철 등에 “다들 친분이 있는 배우들인데 모두 잘돼서 기쁨이 두 배다. 2017년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할 따름이다”고 전했다. “독립, 저예산 작품에도 출연하며 한국영화의 초석에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처럼 견고하고 의미 있는 작품에서 그의 얼굴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시선 훔친’ 김병철, 자타공인 신스틸러
tvN ‘명단공개 2017’에서 신스틸러 순위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배우 김병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숱한 단편영화를 비롯해 영화 ‘황산벌’ ‘알 포인트’ ‘황진이’ ‘그림자 살인’ ‘퀵’ ‘미쓰GO’ ‘미쓰 와이프’ 등에서 단역 및 조연을 거쳤다. 2016년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쇼핑왕 루이’에 출연해 카리스마 넘치는 특전사부터 욕받이 과장까지 한계 없는 역할 소화력을 뽐내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까지,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도깨비’에서 조우진 못지않은 인상을 준 이가 바로 김병철이다. 당시 ‘도깨비 신부’ 김고은을 찾은 간신 역으로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보여준 그는 ‘파국이다’라는 희대의 명대사까지 남기며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이후 드라마 ‘터널’ ‘군주-가면의 주인’까지 브라운관에서 맹활약했다.
김병철은 앞서 언급된 최귀화와 함께 영화 ‘1급기밀’로 2018년을 시작한다. 올해 드라마 중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미스터 션샤인’에는 조우진과 함께 출연을 확정한 상태. 또한 영화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의 신작 ‘이웃사촌’에도 캐스팅되며 더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 인지도→내공...주목 받는 명품 배우들
지난 1~2년 사이 이들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 방송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흥행을 위해 스타 캐스팅을 우선시해서 참여 기회가 적었는데 최근 관객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명품 배우의 활약이 인정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기존 인지도보다는 내공 있는 연기와 역할 소화력이 중요해졌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어 “지상파뿐만 아니라 케이블과 종편의 드라마, 영화 등 제작될 작품의 숫자보다 배우의 저변이 좁다”며 “오랜 기간 공연예술 무대와 영화, 드라마에서 조연과 단역을 거친 배우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신스틸러로 꼽히던 마동석 곽도원 조진웅 김성균 등은 현재 타이틀롤을 맡고 있다. 이들은 신선한 얼굴과 연기로 주목받은 후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조우진 진선규 최귀화 김병철 역시 2018년 다수의 작품에서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만큼, 더 다채로워질 작품 세계를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