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리거나 탈 때, 엘리베이터에 뒤늦게 탔을 때, 앞서 가는 사람이 문을 잡아줬을 때 ‘실레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인색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거나 자신을 위해 호의를 베풀어줬을 때 그에 적당한 말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하는 것에 어색한 문화가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방현주(31)씨는 얼마 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한 중년 여성이 길을 물어보자 직접 약도를 보면서 친절하게 가르쳐줬는데 이 여성은 ‘고맙다’는 말없이 “아, 그래요”라고 말하고는 가던 길을 가버렸던 것이다. 방씨는 “서구권에 여행을 가보면 ‘고맙다’ ‘미안하다’ ‘실례합니다’ 같은 말들을 일상에서 하고 듣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말들에 너무 인색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작은 표현들은 사회의 활력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고강석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올 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식당 종사자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삶에 활력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작은 표현들로 인해 자신이 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이는 사회적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 등 가족 관계에서부터 마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해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우인·서종갑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