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1인당 내야 할 부담금이 평균 3억~4억원, 많게는 최대 8억원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향후 재건축 사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갑작스럽게 재건축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산정 기준 등은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자 정부가 조급함을 드러내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 조합원 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구당 평균 3억7,000만원에 달한다고 전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올해부터 다시 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어느 정도 부담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의 발표는 시장의 전망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담금 수준은 과거 시장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이라며 “향후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조합원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아 재건축 사업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단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번 시뮬레이션에는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이 된 서초구 반포 3주구,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 대해 막연한 ‘겁 주기식’ 시장 때려잡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구체적인 산출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의 단지’별로 부담금 액수만 발표했기 때문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 종료 시점의 조합원 분양가, 일반분양분 분양가 등 총 주택가격에서 개시 시점의 주택가액과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 총액, 개발비용을 뺀 후 조합원 평균이익에 따라 0~50%까지 누진적용 부과율을 곱해 산정한다. 다만 오래된 재건축 단지는 준공 시점부터 역산해 10년이 되는 날을 개시 시점으로 한다. 특히 부담금 산출에서 가장 중요한 분양 시점의 가격을 국토부가 어떻게 산정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부담금 산정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부당성도 제기된다. 개시 시점의 주택가액은 공시가 기준으로 계산하고 종료 시점의 주택가액 중 일반분양분은 분양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담금 대상 아파트는 관리처분인가 신청 이전 단지들로 빨라도 2021∼2022년 이후 입주다. 10년 전 시세를 개시 시점 집값으로 계산하면 주택경기가 침체에 빠졌던 2011~2012년 이후가 되기 때문에 부담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실제 입주 시기와 분양가 등에 따라 부담금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데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발표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시장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또 다른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팀장은 “재건축 부담금이 시장 예상보다 많이 나오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회피 단지들이 역으로 큰 이득을 보게 됐으며 기존에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비싸게 팔고 나간 사람들은 많은 이득을 취한 반면 현재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만 손해를 보기 때문에 공평과세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