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유력해진 호반의 대우건설 인수…'승자의 저주' 없어도 시너지엔 물음표

체급차 워낙 커 "인수해도 분리경영 가능성"

민간 매각으로 경영효율성 높아질 듯

보수 경영기조로 국내주택만 치중 우려도

호반 친족경영 영향성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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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삼킨 새우가 될까, 중견 건설사의 성공한 M&A로 마무리될까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의 업계 3위 대우건설 인수가 유력해지면서 인수후 시너지에 대한 각종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오는 26일께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M&A업계에서는 산은의 매각 의지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독입찰과 호반 측이 제시한 지분 분할 매각 방안에 대해서 산은이 우호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호반건설이 금호산업과 같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인수를 통한 시너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부치고 있다.

일단 호반건설의 이번 M&A에 재무적 부담이 금호산업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수가격이 12년전 6조6,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여기에 호반건설이 제시한 40% 지분인수후, 추후 10% 인수 방식의 분할매수 조건이 받아들여지면 당장 필요한 대금은 1조 2,000억~3,000억원 안팎이다. 호반건설은 약 1조원 안팎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2,000억원대의 리솜리조트 인수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수금융 및 대출 등을 통해 자금마련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우건설의 올해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의 컨센서스도 7,000억원 안팎, 지배주주 귀속순이익도 5,000억원선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관건은 인수 후 두 건설사가 낼 수 있는 시너지다.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의 체급차이가 워낙 큰데다, 안정적인 아파트 분양사업 위주로 성장해온 호반건설이 과연 대우건설을 키울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호반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당장 대우건설 경영에 간섭하지는 쉽지 않아 분리경영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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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반영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989년 28세의 젊은 나이로 자본금 1억원, 직원 5명으로 사업을 시작해 택지지구 위주의 아파트 사업, 무차입 경영 등 보수적인 경영 방식으로 호반건설을 일궈낸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이다. 현금부자인 호반건설은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번의 위기에서 헐값에 나온 땅을 사들여 경기가 회복된 이후 아파트를 분양해 큰 수익을 내면서 호남의 지방 건설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했다.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울트라건설, 여주 스카이밸리(CC), KBC광주방송 등을 인수했지만 아직까지 대규모 M&A에서 끝까지 ‘베팅’한 전력은 없다. 또 호반그룹을 운영했던 친족경영 방식 역시 대우건설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호반그룹의 주력사인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는 김상열 회장으로 2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짐 회장의 장남이 85.7%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호반건설주택이 12.6%, 김회장의 부인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4.7%를 갖고 있다. 또 최근 장남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호반건설주택이 내부 거래 등을 통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외에도 대우건설이 해외수주나 자금 조달면에서 그동안 산은 자회사로 누려온 ‘프리미엄’을 계속 유지할 수도 관건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김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대우건설에도 반영돼 대우건설이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성장보다는 안정적인 국내 주택사업 위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산은이 관리하면서 방만했던 경영이나 비용절감 측면에서는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중국 기업이 사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스케일의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면 장기적으로 대우건설의 가치가 더 올라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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