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트럭 운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부품 가격이 비싸고 보험료가 높아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고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1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콘크리트 펌프차가 미끄러지면서 차체 아래에서 차량을 수리하던 운전자 장모(41)씨가 차량에 깔려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연료관이 한파로 얼어붙자 이를 헤어 드라이어로 녹이려고 차체 밑으로 들어갔다가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트럭이 움직여 변을 당했다. 추위에 연료관에 낀 수증기가 얼면서 시동이 걸리지 않자 이를 직접 녹이려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대형트럭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씨처럼 차체 고장을 직접 고치려다 사고를 입는 운전자들이 연간 30~40명에 달한다. 차량에 고장이 났을 때 보험사를 통해 수리서비스를 받지 않고 운전자가 직접 수리를 하는 것은 대형트럭 자차보험료가 비싸 자차보험 가입률이 1~2%에 불과할 정도로 운전자들이 보험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사들도 대형사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대형트럭의 자차 손해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가 잦다. 게다가 대형트럭들은 수입차들이 많아 사고 수리비도 일반 승용차 보다 훨씬 비싸다. 실제 5톤 이상 중대형 트럭의 경우 자차보험료만 월 200만~700만원에 달하고, 사고수리비는 700만~1,000만원에 달한다. 10톤 트럭을 운전하는 김모(49)씨는 “기본 장비 내용은 알고 있고 헤어드라이어나 라이터 같은 기본 공구를 갖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직접 고치는 경우가 많다”며 “주먹구구식인 건 알지만 어떻게든 시동을 걸게 만들어서 비용을 줄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최석근 전국콘크리트펌프카사업자협회장은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예열이 충분히 돼야 하는데 겨울철엔 기온이 낮아 예열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연료도 더 많이 든다”며 “업무에 마음이 바빠 급하게 기계를 작동시켰다가 장치가 마모되거나 절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정기점검 등을 통해 고장이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콘크리트 믹서트럭 운전자 나영호(42)씨는 “업체 요청에 따라 쉼 없이 일을 처리하다 보면 정기점검 시기를 놓치기 다반사”라며 “장비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도 1~2주를 그냥 운전하다 실제로 문제가 닥치면 알아서 고치는 것이 관행”이라고 전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대형트럭 운전자들의 근무 현실을 고려해 업체가 근무시간 중 정기점검을 하도록 해주는 등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다은·양지윤기자 down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