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3일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 1,000여명의 인파가 일제히 “인형 뽑기 게임에 사행성이 웬 말이냐”, “소자본 생계사업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부산·대구·광주 등지에서 버스까지 대절해 모여든 ‘인형뽑기방’ 업주들로 “경품(인형) 가격 상한선을 현행 5,000원에서 최소 1만원 이상으로 올려달라”고 주장했다.
당시 전국 인형뽑기방(2,428곳) 가운데 40%에 달하는 업주들이 빨간 띠를 두르고 ‘생존권 보장’ 시위에 나서게 된 도화선은 2016년 12월 말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령이었다. 기존 인형뽑기방 업주들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시설을 갖추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만 하면 됐다. 하지만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인형뽑기방은 안전성 검사 대상이 아닌 유기 기구에서 제외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관광진흥법상 오락 기기에서 배제되면서 게임산업법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는 게임 난이도 조작, 고가경품 제공 등 인형 뽑기 사행성 논란 제기 후 조치였다.
기존 신고에서 허가제로 바뀌면서 업주들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게임제공업 허가를 받지 않으면 인형뽑기 기구를 이전 또는 폐쇄해야 했다. 또 주거지역 내 영업도 금지됐다. 인형뽑기방이 게임제공업에 해당하는 탓에 경품의 소비자가격도 5,000원 이하의 완구류로 제한됐다. 그 이상의 물품은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운영 시간도 오전 9시에서 밤 12시까지로 제한하고, 청소년들의 출입은 오후 10시까지만 허용된다.
규제법이 바뀌면서 생긴 변화는 인형뽑기방 업주들의 불만으로 이어지다가 결국 법정 싸움으로 비화했다. 고모씨 등 인형뽑기방 업주 67명이 작년 3월 16일 문체부 법령 개정에 반발하며 “놀이·오락 기구 지정배제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이 “엄격히 규제해야 한 대상”이라며 문체부 쪽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고씨 등 인형 뽑기 사업자 67명이 “인형뽑기방의 유기기구 지정배제 및 기타유원시설허가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문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모조품 양산·사행성 등 문제가 있는 만큼 엄격히 규제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판단에서다.
사업자들은 소송에서 “인형 뽑기가 특별히 사행성이나 안전 위험성이 없는데도 새 시행 규칙은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최근 학교 주변과 번화가에 인형뽑기방이 많이 생겼고 확률 조작과 중독성 같은 사행성 문제와 유명 인형 브랜드 모조품 양산처럼 여러 논란이 있었다”며 “규제를 엄격히 해서 피해를 방지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사업자들의 이익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안현덕·이종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