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공원에서 만난 노인 60여명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모(83)씨는 “마스크를 쓰면 안경에 김이 서려서 쓰지 않는다”며 “오늘 공기는 좋아 보이는데 왜 그런 걸 물어보나”라고 되물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는 노인들이 많아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해 미세먼지 흡입으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공기의 질에 대한 경계감이 부족하다 보니 오히려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인들은 미세먼지가 건강에 끼치는 위협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양천구에 사는 김모(75)씨는 “마스크 쓰면 얼마나 더 산다고 불편하게 그걸 쓰냐”며 “생전에 한번도 마스크를 써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탑골공원을 찾은 박모(82)씨가 “마스크를 쓰면 바깥 공기와 통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건강에 안 좋다”고 말하자 함께 온 지인들이 “맞다”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노년층에게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노인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염증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고, 미세먼지를 많이 들이마시면 폐렴 같은 병에도 걸리기 쉽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미세먼지가 치매 등 신경성 질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용숙 경희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미세먼지가 100% 차단되지는 않겠지만 쓰지 않은 것에 비해서는 효과가 크다”며 “최소한 마스크라도 착용해 노출을 줄이고 질환을 예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